최고의 햄버거 만들기/로버트 크리겔 외 지음 박행웅 옮김/360쪽 1만1900원 도솔
리엔지니어링, 전사적 품질관리, 팀(team)제, 임파워먼트(empowerment), 가치 중심 경영, 연봉제, 지식 경영 등 수많은 변화 기법들이 뚜렷한 성과 없이 실패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왜 수많은 컨설턴트들과 경영자들이 변화를 부르짖어도 변화는커녕 저항만 더욱 거세지는가? 저자들은 그 원인을 조직 구성원, 즉 사람에게서 찾고 있다. 대부분의 경영자들이 변화를 추진해야 할 사람에 초점을 두지 않고, 작업 과정이나 조직 구조, 서비스 등에만 신경을 쓴다는 것이다.
이 책은 흥미롭게도 변화를 방해하는 14가지 유형을 동물인 소에 비유하고 있다. 형식뿐인 서류는 과감히 버리라는 ‘종이 소’에서부터 문제는 시간이 아니라 효율성이라는 ‘일중독 소’에 이르기까지 저자가 비판하는 낡아빠진 신념과 관행들은 우리가 갖고 있는 고정관념들을 여지없이 깨뜨리고 있다. 몇 가지 예를 살펴보자.
변화를 추진하면서 흔히 범하는 오류 중의 하나가 바로 변화의 속도이다. 경영자들은 경쟁이 치열해지고 시간이 없다는 미명하에 속도를 강요한다. 그러나 정신없이 달리기만 하는 ‘스피드 소’는 결코 무엇을 배울 수 없다. 제너럴 밀즈(General Mills)는 미 전역에 최초로 중국 음식점 체인망을 설치하려는 야심에 일을 급하게 추진했다가 부실 경영으로 참담한 실패를 맛보았다. 또한 변화를 실행하기 위해서는 ‘전문가 소’, 즉 전문가 콤플렉스에서 벗어나야 한다. 고정관념을 가진 전문가가 아니라 새로운 시각을 가진 초심자의 자세로 접근해야 정확히 문제를 파악할 수 있다. 제록스와 IBM은 모두 경험 많은 전문가들의 반대 탓에 소형 복사기와 개인용 컴퓨터 시장에서 큰 낭패를 보았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러한 소들을 사냥할 수 있을까? 우선 경영자들은 구성원들과의 신뢰구축과 배려를 통해 변화지향적인 환경을 구축하는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이를 위해 경영자들은 공포의 감독관이 아니라 구성원들로부터 신뢰받는 코치가 되어야만 한다. 또한 경영자들은 이러한 변화지향적인 환경을 기반으로 직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회사나 팀에 열정을 불러일으킬 필요가 있다. 조직 내 긴박감을 조성하고, 구성원들에게 가능성을 제시함으로써 영감을 불어 넣어주는 것이 경영자들의 중요한 역할이다. 뿐만 아니라 구성원들이 자신의 삶을 최대한 자율적으로 조절할 수 있도록 이들에게 권한을 부여함으로써 주인 의식을 심어줄 수 있어야 한다. 즉각적이고 공개적인 보상과 인정이 필요한 것은 물론이다. 결국 변화의 성공은 그것을 실행해야 하는 직원들의 참여와 열정에 달려 있다.
자칫 딱딱할 수도 있는 변화라는 주제를 쉽고 재미있게 표현한 것이 이 책의 장점이다. 변화를 원하거나 시도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꼭 권하고 싶다.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