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혈투’
2월 26, 28일 제주도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6회 LG배 세계기왕전 결승 1, 2국은 ‘혈투’라는 표현이 딱 어울릴 정도로 육박전의 연속이었다. 결승에 올라간 기사는 조훈현 9단과 유창혁 9단.
누구든 우승하는 사람이 세계대회를 모두 우승하는 그랜드슬램을 기록하기 때문에 우승을 향한 두 대국자의 염원은 다른 대회와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였다. 우승 상금은 2억5000만원.
최근 ‘화염방사기’라는 새 별명을 얻을 정도로 더욱 싸움을 즐기는 조 9단과 ‘세계 제일의 공격수’인 유 9단의 대결은 두번 모두 예상대로 대단한 난타전이었고 곧 바둑이 끝날 것 같은 아슬아슬한 장면이 쉼없이 이어졌다.
1국은 조 9단이 초반부터 카운터 블로를 날려 유 9단을 거의 그로키 상태까지 몰고 갔다. 하지만 조 9단은 초읽기의 덫에 걸리고 말았다. 너무 일찍 초읽기에 몰린 조 9단은 끝내기에서 잇따라 실수를 저질러 1집반을 졌다.
조 9단은 2국을 맞아 1국보다 훨씬 공격적인 수를 연속 터뜨렸다. 백을 든 조 9단은 실속을 다 내주면서 오직 중앙 흑대마만 노렸다.
장면도를 보자. 흑은 중앙 흑대마만 무사히 수습하면 흑은 실리에서 크게 앞서고 있는 상황.
백이 공격을 위해 1로 들여다 봤을 때 흑 2가 문제였다. 백의 약점을 노리는 화려한 행마처럼 보이지만 엷은 수였다.
백이 3으로 밀고 들어가자 4로 잇지 않을 수 없었고 백 5로 젖히자 중앙 대마가 위기에 빠지고 말았다. 결국 수십수가 더 진행됐지만 중앙 대마는 살 길을 찾지 못했다. 조 9단은 158수만에 백 불계승을 거둬 1대 1 동률을 만들었다.
3, 4, 5국은 3월 27, 29일과 4월 2일 서울 인터콘티넨탈호텔에서 열린다.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