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요즘 이상한 행동을 합니다.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것 같아요.”
최근 60대 중반의 한 할아버지가 병원을 찾았다. 할아버지는 자신의 부인이 1년 전부터 약속을 자주 잊고 중요한 물건을 어디에 두었는지 기억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할아버지의 설명에 따르면 할머니는 한 달 전부터는 외출한 뒤 집을 찾아오지 못할 때가 많았다. 또 밤에 잠을 자지 않으면서 어떤 여자와 놀다왔냐며 다그친다는 것. 진찰 결과 할머니는 10여년 동안 고혈압과 당뇨병을 앓아왔으며 치매 증상을 보이고 있었다.
치매의 원인 중 80% 이상을 차지하는 것이 알츠하이머병과 혈관성치매. 알츠하이머병은 몸 속 단백질의 이상으로 뇌세포가 점점 손상되면서 치매 증상을 보이는 질환이다. 혈관성치매는 뇌혈관이 고장나 치매 증상을 보이는 것으로 고혈압과 당뇨, 고지혈증 환자들이 걸릴 위험이 높다.
다른 질환과 마찬가지로 치매 역시 조기 발견이 중요하다. 약속시간을 잊는다든가 물건을 어디에 놓았는지 몰라 헤매는 등의 기억장애가 대표적인 증세. 문제는 이 같은 증세가 점차 심해져 밤에도 자지 않고 집안을 돌아다니는 등의 행동이상 증상이 나타나면 가족의 사회생활마저 어렵게 할 수 있다는 것. 이는 사회적 손실로도 이어질 수 있다.
“어머니께서 치매에 걸린 것을 알았지만 믿고 맡길 만한 적당한 요양시설을 찾기가 어려웠어요.” 많은 환자의 가족이 한결같이 하는 말이다. 실제로 국내에는 재택간호가 어렵거나 장기 요양이 필요한 환자가 찾을 만한 의료시설이 부족한 게 현실.
‘건강한 노년’을 위해서는 노인 질환자를 위한 전문 의료시설의 확충이 절실히 필요한 실정이다. 의료기술이 발달하면서 평균수명도 점차 늘어나 2010년에는 65세 이상 노년층이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10%에 이르고 노인 질환자도 크게 늘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이제 치매가 치료 불가능한 병이라는 것도 옛말이 됐다. 치매의 원인이 밝혀지면서 치료법 및 신약도 속속 개발되고 있다. 평소 적당한 운동과 금연, 적극적 사고를 하면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된다. 또 많이 웃고 밝게 살려는 자세로 건강한 노년을 준비하자.
박정혁(추병원 노인전문센터 신경과 과장)
차지완기자 marudu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