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노 히데키(오른쪽)와 이종철 화백
“지금까지 7년 동안 활동해오면서 이런 선물을 받긴 처음입니다. 저의 조그만 노력에 대해 이렇게 큰 선물을 주시니 영광일 따름입니다.”
한국인 징용피해자의 ‘대부’로 불리는 일본인 야노 히데키(矢野秀喜·50)는 3·1절인 1일 대전에서 활동중인 석주 이종철(石舟 李鍾喆·58) 화백에게 달마도를 받고 이렇게 말했다.
야노씨는 이날 대전 대덕구 대화동 두리예식장에서 열린 ‘일제시대 한국인 징용피해자 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했다가 이 화백으로부터 이 선물을 받았다.
“불교 신자가 많은 일본에서는 달마도를 걸어놓은 집이 많습니다. 특히 ‘달마도 모으기’가 취미인 아버님께 보여드리고 ‘가보(家寶)’로 보관할 생각입니다.”
이 화백은 자신도 일제 한국인 징용피해자와 무관하지 않다고 밝혔다.“저희 아버님도 일제 강점기 당시 일본 야마구치(山口)현에서 한국인 노무자 5000명과 함께 일한 적이 있습니다. 당연히 우리가 해야 할 징용자 보상청구에 관한 일을 대신 해줘 정말 고맙고 부끄럽습니다.”. 15년 전 불국사 월산스님을 만나 불가에 귀의한 이후 밤낮으로 달마도를 그려온 이 화백은 국내뿐만 아니라 일본에서도 유명한 ‘선화가(禪畵家)’다. 이 화백은 1월 도쿄(東京) 오타케호텔에서 알베르토 후지모리 전 페루대통령 등 일본 유명인사 1000여명이 모인 가운데 열린 ‘신춘모임’에 초청받아 1m20㎝가 넘는 대형 달마도를 그려 찬사를 받았다.
선화(禪畵)는 옛 스님들이 참선 독경처럼 수행을 위해 그리던 그림으로 달마도가 대표적이다. 이 화백은 앞으로 일본에서 열리는 전시회 등에서 얻어지는 수익금을 야노씨의 한국인 징용피해자 돕기 운동 기금으로 기탁할 계획이다.
한편 이 화백은 심장병 어린이를 돕기 위해 1일부터 서울 양천구 목동 방송회관에서 달마도 등 각종 선화를 그려주는 행사를 하고 있다. 이 행사는 5일까지 계속될 예정이다.
이호갑기자 gd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