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경제 포커스]초강세장 거칠것이 없어라

입력 | 2002-03-04 17:11:00


‘한국 증시에 더 이상 징크스는 없다.’ 지난해 10월 이후 증시의 상승세가 5개월째 계속되면서 증시의 각종 속설과 징크스가 속속 깨지고 있다.

‘이 정도에서 조정을 받아야 하는데…’ ‘이런 상황이라면 주가가 더 오르기 어려운데…’라는 전문가들의 보수적인 견해가 시장의 강한 상승세에 묻혀버리는 상황.

▼관련기사▼

- 주가 20개월만에 830…코스닥도 폭등
- 새봄 물오른 증시 “1000도 멀지 않다”
- 무르익는 봄기운…‘외국인 U턴’조심스런 낙관

“이제는 논리나 경험, 징크스나 속설 등을 따지기보다는 큰 상승물결에 몸을 맡기는 것이 좋은 투자전략”이라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상승세일수록 어떤 징크스가 있을 수 있는지 항상 경계할 필요가 있다.

▽외국인이 사줘야〓외국인투자자가 주식을 팔기 시작하면 주가가 떨어진다는 정설이 깨졌다. 지난해 10월 이후 줄기차게 바이 코리아(Buy Korea) 공세를 보였던 외국인은 지난달 말 태도를 바꿨다. 지난달 15∼26일 거래일 기준으로 8일 연속 순매도를 기록한 것. 그런데 이 시기에 지수는 거꾸로 820선을 뚫고 올라섰다.

김주형 동양종합금융 과장은 “최근 외국인의 주식 순매도는 단순한 차익 실현으로 해석되며 한국 증시에서 이들이 이탈하려는 조짐은 아니다”라며 “또 한국 증시의 강한 모습이 떠나가려던 외국인마저 다시 한국 시장에 붙잡아 두는 선순환을 만들고 있다”고 평가했다.

▽4년은 기다려야〓한국 증시에서 종합주가지수가 400포인트 이상 오르는 대세 상승기는 약 3년 반∼4년 정도 대세 하락기를 거치고 나서야 시작되는 역사를 반복했다. 그러나 이번 상승장은 다르다. 1999년 말과 2000년 초 최고점에 이른 뒤 지난해 9월 최저점으로 떨어질 때까지 걸린 시간이 불과 1년9개월.

박효진 신한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경제 구조 자체가 정보기술(IT)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경기의 사이클이 과거에 비해 훨씬 빨라진 것이 원인”이라며 “앞으로도 주가 상승 및 하락의 주기가 점점 빨라지는 추세가 계속 될 것”이라고 전망말했다.

▽조정이 있어야〓‘적절한 조정이 없으면 상승장은 지속되기 어렵다’는 논리도 이번에는 힘을 쓰지 못했다. 조정은 새로 증시에 참가하는 투자자들에게 주식 매수의 기회를 제공한다. 또 이런 신규 투자자가 시장에 들어와야 주가가 더 오를 수 있는 힘을 갖게 되므로 장기적인 상승세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으로 인식됐다. 92년과 98년 대세 상승장 초기에는 3개월 오르면 2개월 쉬는 형태의 조정이 있었다.

이 때문에 지난해 10월 이후 종합주가지수가 630, 700, 760, 800 등 주요 저항선을 거침없이 뚫을 때마다 보수적인 전문가들은 “이런 식으로 쉼 없이 주가가 오른다면 언젠가 폭락할 위험이 있다”며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그러나 결국 주가는 조정다운 조정 한 차례 없이 5개월 동안 줄기차게 오르기만 했다.

▽주도주가 있어야〓‘시장 주도 업종이나 주도 주식군(群)이 없으면 큰 상승은 어렵다’는 징크스도 깨졌다. 70년대 후반 건설주 돌풍, 92년 말 ‘PER혁명’으로 불렸던 ‘저(低)퍼(PER·주가수익비율)주식 열풍’과 93년 자산주 열풍, 99년 인터넷 혁명과 IT 열풍 등 각 대세 상승기에는 그 때만의 주도 종목군이 있었다.

그러나 이번 상승장은 아직도 시장을 대형주가 이끌 것인가 아니면 소형주가 이끌 것인가, 굴뚝산업 중심의 구(舊)경제주와 IT산업 위주의 신(新)경제주 가운데 어느 것이 중심인가에 대해 논란이 계속되고 있을 정도로 주도 종목 없이 고르게 주가가 오르고 있다.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 자체가 전체 증시를 이끌었다는 해석이다.

▽2월은 포기해야〓널리 알려진 ‘1월 효과’는 한해에 대한 기대감 때문에 연초에 주가가 반짝 오른다는 증시 속설. 여기에 덧붙여진 징크스가 바로 ‘역(逆)1월 효과’ 혹은 ‘2월 효과’라고 불리는 것. 1월에 주가가 너무 많이 오를 경우 2월에는 자연스럽게 조정을 받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2월의 주가는 좋지 않다는 의미다. 실제로 90년 이후 한국 증시에서 12번의 2월 가운데 주가지수가 오른 경우는 91년 2월 한번뿐이었다.

그러나 올해에는 지수 740으로 출발했던 2월 장세가 월말에는 지수 820으로 마무리되면서 약 11%의 주가 상승률을 보였다.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가 1월 한달 동안 모두 소화되기 어려울 정도로 강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증권가의 분석이다.

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

깨진 5대 징크스와 그에 대한 증권가 해석징크스깨진 이유사라진 2월 효과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가 1월 한달 만으로는 다 소화되기 어려울 정도로 강했음.큰 시세는 4년마다경제 구조가 정보기술(IT) 관련 중심으로 재편됐으며 인터넷 혁명 등을 통해 정보 공유가 급속도로 이뤄짐. 이 덕분에 경기 사이클 자체가 과거에 비해 짧아지면서 주가 움직임의 사이클도 짧아짐.조정이 없으면상승도 없다조정다운 조정이 없었지만 반대로 지표상 과열다운 과열도 없었음. 시장이 감당할 수 있을 정도의 적절한 속도로 주가가 올라옴.외국인이 팔면주가는 떨어진다국내 투신권의 매수 여력이 충분함. 또 최근 외국인의 순매도는 한국 증시 이탈이라기보다는 단순한 차익 실현으로 해석 가능.주도주가 있어야대세 상승지난해 9·11 테러 이후 전 세계적인 경기부양 정책 및 금융 정책이 동시에 이뤄졌다는 계기가 있었음. 주도 종목군이 아니라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 자체가 전체 증시를 이끌었다는 해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