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경철
대학에 입학한 신입생들에게 어떤 책을 소개하는 것이 좋을까? 요즘 대학 신입생이 어떤 상태인지부터 이야기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1학년 교양과목 수업에서 3월 말쯤 책을 한 권 읽고 보고서를 내라고 하면 많은 학생들이 “교과서나 참고서가 아닌 책을 본격적으로 읽어본 것은 태어나서 처음이다”라고 쓰곤 한다. 고등학교에서 차분히 책을 읽고 깊은 사고를 전개해 볼 여유가 없이 지냈던 것이다.
게다가 워낙 ‘처절한’ 경쟁 끝에 대학에 들어와서 그런지 모두들 심신이 피폐해져 있다. 이런 안쓰러운 상태의 학생들에게는 책을 읽고 그를 통해 내면을 성숙시키는 것이 즐거운 경험이라는 사실을 스스로 알게 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일이다.
이런 점에서 처음부터 너무 어려운 책을 골라잡는 대신 재미도 있고 내용도 좋은 고전이 바람직하다.
인간이 직면하는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 지혜로운 답을 제공하는 그리스 로마 신화가 요즘들어 한창 유행이다.
신화를 단편적으로 해석한 해설서보다는 원본을 직접 읽어보는 것이 훨씬 낫다는 점에서 오비디우스의 ‘변신이야기’를 권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가 어떤 곳이며 그 속에서 인간은 어떤 모습으로 존재하는가를 고찰하는 좋은 방법 가운데 하나는 밀란 쿤데라의 ‘농담’이나 박경리의 ‘토지’같이 재미있고도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소설에 빠져보는 것이다.
문학에 대한 기본적인 공부를 위해서는 하우저의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를 읽으면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지식인으로 성장해 나가는 과정에서 역사적 사고의 능력을 가다듬는 것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동양의 역사 고전 가운데 사마천의 ‘사기’(특히 열전 부분)는 필독서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다양한 인간의 이야기를 담고 있어 흥미롭게 접근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E H 카의 ‘역사란 무엇인가’는 약간 오래된 냄새가 나지만 역사 공부, 더 나아가 인문학 공부라는 것이 어떤 것인가 생각하게 하는 고전으로 아직도 충분한 가치를 가지고 있다.
유홍준의 ‘화인열전’은 우리 역사에 대해 예술과 문화의 각도에서 접근한 훌륭한 사례이다.
인문학과 여러 다른 학문 분야간의 접점에 있는 ‘생태제국주의’ 같은 약간은 새로운 분야를 접해보는 것도 사고의 개발에 도움이 된다.
철학과 미학 분야의 책으로는 오늘 우리의 문제에 대해 생각하게 해주되 너무 무거운 느낌을 주지 않는 책, 그리고 요즘 시대의 젊은 학자들이 쓴 책을 읽는 것이 좋을 것 같아 김상환의 ‘예술가를 위한 형이상학’과 진중권의 ‘미학 오디세이’를 골라보았다.
주경철 서울대 인문대 서양사학과 교수
인문분야 추천도서 10선
책
저자
출판사
변신이야기
오비디우스(이윤기 역)
민음사
농담
밀란 쿤데라
민음사
토지
박경리
나남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
하우저
창작과 비평사
사기
사마천
도서출판 까지
역사란 무엇인가
E H 카
도서출판 까지
화인열전
유홍준
역사비평사
생태제국주의
크로스비
지식의 풍경
예술가를 위한 형이상학
김상환
민음사
미학 오디세이
진중권
새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