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언 킹’ 삼성 이승엽(26·사진)의 홈런포가 메이저리그 시범경기 3타석만에 터졌다.
4일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 스타디움에서 열린 시카고 컵스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시범경기. 5회말부터 최희섭(23)의 뒤를 이어 1루 수비수로 출전한 컵스의 이승엽이 6-1로 앞선 7회초 1사 1루에서 타석에 들어섰다. 샌프란시스코 투수는 왼손 중간계투요원 애런 풀츠.
초구 파울을 날린 이승엽은 풀츠의 2구째 147km 바깥쪽 직구를 통타, 왼쪽 담장을 넘기는 115m짜리 2점홈런을 뿜어냈다.
앞선 2경기에서 병살타와 삼진으로 이미지를 구겼던 이승엽이 ‘한국 홈런왕’의 자존심을 곧추세운 순간. 공을 치자 마자 정신없이 1루로 뛰어나가던 이승엽은 타구가 펜스를 넘어간 뒤에야 비로소 천천히 그라운드를 돈뒤 더그아웃에서 동료들의 환영을 받았다.
9회 2번째 타석에 들어선 이승엽은 다시 한번 배팅타이밍을 제대로 잡은 날카로운 타구를 날렸으나 좌익수의 글러브에 그대로 빨려들어갔다. 그는 경기가 끝난뒤 “홈런을 치고 나서 약간 떨렸다. 그동안 상대투수들이 생각외로 컨트롤 위주로 승부한 걸 기억하고 2구째에 바깥쪽 직구를 노렸는데 그대로 적중했다. 힘보다는 타이밍으로 넘겼다”고 첫 홈런 소감을 밝혔다.
컵스의 돈 베일러 감독은 “왼쪽타자가 밀어쳐 홈런을 만들어낸 점이 인상적이었다. 이승엽이 한국에서 친 평균홈런수를 잘 알고 있다. 그는 자신의 실력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 것 뿐”이라고 칭찬했다.
이 경기에선 이승엽에 앞서 4번타자겸 1루수로 선발출전한 최희섭도 2루타 2개로 3타점을 뽑아내 그야말로 ‘투 코리안즈의 날’이었다. 둘이 5타점을 합작한 컵스가 9-1로 승리. 최희섭은 시범경기 4게임에서 7타수 5안타(0.714) 4타점의 매서운 타격으로 올시즌 메이저리그 진입의 청신호를 켜고 있다.
컵스는 5일 메사에서 애너하임 엔젤스와 시범경기 5차전을 치른다.
김상수기자 s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