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대 대학생이 등록금 몇 백만원으로 9개월 만에 10억원이 넘는 돈을 벌었다. 요즘 언론의 톱기사를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는 이모씨의 경우 관계 회사인 S실업 계열 상장사 주가가 단기간에 몇 배씩 오르내리며 세간의 관심을 끌었었다.
그런데 이렇게 화려해 보이는 모습의 뒤에는 무너진 증권시장의 신뢰와 그들로 인해 부당한 손실을 입은 선량한 투자자들의 고통이 있다. 그리고 한때 화려해 보이던 그들 또한 그 후 명예롭지 못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 대학생은 실형을 선고받았고, 이모씨의 경우 자신뿐만 아니라 변칙플레이를 도와주고 뒤를 봐주던 많은 권세가들까지 구설수에 오르게 했다. 또 뒤를 잇는 진모 정모 등 대형 ‘게이트’들로 온 나라를 통째로 흔들어 놓고 있다.
페어플레이를 하면 손해본다는 느낌이 들게 해서는 안 된다. 특히 증권시장에서는 그 손해가 금전적으로 손쉽게 확인 가능하고, 부당이득을 취한 변칙 플레이어들의 막대한 이득 금액에 대한 소식도 수시로 확인되고 있다.이것이 수많은 투자자, 나아가 국민의 경제관념과 페어플레이 정신을 통째로 왜곡해 버리지나 않을까 우려된다.
증권시장은 합리적인 다수의 매도자와 매수자가 만나 공정한 경쟁, 즉 페어플레이를 하는 완전경쟁시장을 전제로 하고 있다. 페어플레이가 보장되지 않는 증권시장은 투자자들이 외면할 수밖에 없다. 증권시장말고도 투자할 대체시장이 많고, 더욱이나 인터넷만 접속해도 페어플레이가 지배하는 공정한 시장에 얼마든지 투자할 수 있는 시대가 이미 도래한 것이다.
투자자가 떠나면 증권시장만 위축될까. 금융위기를 건너오며 우리는 증권시장의 위축이 기업 자금의 동맥경화를 가져와 경제전반의 허약함으로 직결됨을 눈앞에서 지켜봤다. 이를 너무나도 잘 알기에 페어플레이 정신이 부족한 우리 증권시장의 현실이 안타깝게 다가온다.
세계 최고 수준의 종합감리시스템을 갖췄고 소명감에 불타는 수십명의 직원들이 불공정거래 적발에 밤낮 없이 수고하고 있다. 그러나 일반 투자자에 비해 훨씬 유리한 위치에 있는 상장(등록)회사 오너가 회사 운영은 뒷전으로 하고 관련회사를 이용해 대형 불공정거래를 저질렀다는 각종 게이트 소식을 접할 때마다 증시 현장에서 이 업무를 총괄담당하고 있는 필자로서는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증권거래소뿐만 아니라 규제당국과 사법부의 불공정거래 차단에 대한 의지와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페어플레이 속에서만 경쟁력을 키울 수 있고, 경쟁력을 가진 기업과 개인과 시장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삼성전자가 그렇고, 박찬호가 그렇고, 주가지수선물·옵션시장이 그렇다.
현재 세계 중하위 수준으로밖에 평가받지 못하는 우리 증권시장. 세계에서 가장 투명한 시장의 하나로 평가받을 그 날을 위해 모두 함께 노력하자.
김인건 증권거래소 감리담당 부이사장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