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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남경희/´수준별 교육´늘려 평준화 보완을

입력 | 2002-03-04 18:28:00


고교 평준화를 둘러싼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평준화 찬성자들은 평등의 원리를 강조하면서 국민 대다수가 평준화를 찬성하고 있다는 투표의 논리를 중시한다. 반대자들은 경쟁의 원리를 강조하면서 교육 포퓰리즘을 강하게 비난한다. 그러나 이러한 논의를 자세히 보면 정반합의 논리로 귀착되고 있다. 그렇다면 단순 찬반 논쟁에 머물 것이 아니라 무엇이 합(合)인가를 명확히 밝혀 국민에게 그것의 정당성을 설명하고 설득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그런데도 지금의 논의는 합의 과정이 없이 찬반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원론 수준의 논쟁에 머물고 있어 오히려 국민에게 혼선을 주고 있다.

21세기 사회는 우리들에게 보다 혹독한 경쟁을 요구한다. 국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경쟁력 있는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급선무이고, 이런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수월성 교육을 한층 강화해야 한다. ‘3분의 1’만의 수업이 존재하는 평준화가 비판받고 있는 것은 바로 이 점에 있다고 할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부의 편재 현상은 보다 심화되어 가고 절대 빈곤층의 두께는 엷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사교육을 통한 교육적 불평등은 매우 심각한 수준으로, ‘강남 공화국’은 이러한 불평등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로 볼 수 있다. 불평등이 현실적으로 존재하고 있고, 국민 대다수가 이를 인식하고 있는 한 투표의 논리로 평준화를 해결하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시대가 요구하는 우수한 인재를 배출하면서 교육적 불평등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일까. 평준화를 일시에 그만두고 고교 입시를 전면적으로 부활하자는 논리는 투표의 논리에서 볼 때 아직까지 설득력을 얻기가 어렵다. 평준화나 비평준화는 나름대로의 장단점을 갖고 있는 것이 사실이나 고교 교육의 정상화를 위해 궁극적으로 평준화는 폐지되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단기적으로는 평준화의 틀을 깨지 않으면서 학생의 소질과 적성을 살려서 교육시킬 수 있는 특성화된 학교를 보다 많이 늘려야 한다. 또한 이질 집단으로 인해 생기는 교육붕괴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학급당 인원수를 줄여 나가면서 수준별 교육을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러한 단기적 방안을 강구해 나가면서 장기적으로는 평준화의 틀을 깰 수 있도록 교육적 불평등을 완화할 수 있는 방안을 다각적으로 강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교육 당국은 소극적으로 평준화의 방어 전략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평준화를 대체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 국민적 합의를 도출해야 할 것이다.

남경희 서울교육대 교수·사회교육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