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춘서커스 단원들이 접시돌리기에 열중하고 있다
“그땐 정말 인산인해(人山人海)였지….”
가난했던 시절. 서커스단은 으레 골목 어귀마다 포스터를 붙이면서 등장했다. 동네 공터에 천막 가설 극장이 하늘 높이 세워질 무렵 잡음이 잔뜩 섞인 확성기 소리로 온 동네는 시끌벅적했다. 작은 읍내에서 20∼30일씩 공연을 해도 어디서 사람들이 몰려왔는지 공연장은 항상 사람들로 가득 찼다.
그 추억의 서커스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비록 예전보다 규모는 크게 줄었지만 TV와 영화, 연극의 틈바구니를 비집고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연중 무휴로 매년 1000회가 넘는 공연을 하는 동춘서커스단(www.circus.co.kr). 국내 유일의 이 서커스단은 1925년 창단돼 70여 년간 전국을 누비며 공연해 온 국내 서커스사의 산증인이다. 그동안 공연한 횟수만도 5만회가 넘으니 이 서커스단의 공연을 본 사람은 족히 수백만명은 되는 셈이다.
박세환(朴世煥·58) 단장은 “소속 단원만 250명이 넘을 정도로 서커스가 호황이던 시절이 있었다”면서 “코미디언 서영춘씨를 비롯해 배삼룡, 백금녀, 남철, 남성남, 장항선씨 등 수많은 스타가 이곳에서 배출됐다”고 말했다.
97년 봄. 서울 어린이대공원에서 열린 동춘서커스 공연의 포스터
현재 소속단원은 전성기 때의 5분의 1인 50명. 동물들도 10여 마리로 전성기 때에 비하면 종류나 수가 턱없이 모자란다. 박 단장은 “인기를 끌었던 코끼리 ‘제니’는 몇 년 전 죽어 박제로 보관하고 있다”면서 “코끼리가 없는 게 아쉽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약간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예전의 영화(榮華)까지는 아니더라도 서커스가 조금씩 인기를 되찾아 가는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 그래서 동춘도 요즘 활기를 띠고 있다. 현재 전남 영광읍과 충남 서산시에서 공연하고 있는데 공휴일에는 빈 좌석이 없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형형색색의 옷을 입은 곡예사들이 공중에서 아찔한 순간들을 연출하고 외발 자전거 타기와 통 돌리기 등 곡예가 연출될 때마다 박수 소리가 요란하다. 2시간10분가량 진행되는 동안 도중에 나가는 손님이 없을 정도로 다들 넋을 잃고 구경한다.
박 단장은 “손자 손녀와 함께 구경온 할머니 할아버지가 옛날과 너무 똑같다며 좋아하는 모습을 자주 본다”면서 “젊은이들도 점점 많이 구경오고 조만간 전용극장도 생길 것 같다”고 덧붙였다.
동춘은 20일부터 6월까지 서울 광진구 능동 어린이대공원 동물원 앞과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 보라매공원 내 호숫가에서 서울 공연을 한다. 02-6383-9141
이헌진기자 mungchi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