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버설(영화제작사)이 엔론보다 내 책을 더 잘 팔리게 하는군.”
정신분열증을 극복하고 94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천재수학자로, 영화 ‘뷰티풀 마인드’의 실제 주인공인 존 포브스 내시(73·사진)는 최근 한 파티에서 참석자들이 영화의 성공을 축하하자 이같이 웃어넘겼다. 그는 정신병을 극복하는데 가장 큰 힘이 돼 준 아내 알리샤에게 입을 맞추며 “영화에서처럼 또 다른 삶을 위하여”라고 외쳤다.
뉴스위크는 최신호(11일자)에서 영화의 원전인 내시씨의 전기 ‘뷰티풀 마인드’를 쓴 실비아 네이사를 통해 영화와는 다소 차이가 있는 그의 실제 삶을 소개했다.
내시씨가 정신병을 앓게 된 것은 MIT 정교수 승진을 앞둔 30세 때. 그는 ‘남극대륙의 황제’,‘극비의 구세주적 존재’를 자처하며 외계의 암호를 찾기 위해 신문과 라디오에 매달렸다. 영화에서는 구소련 스파이의 암호를 찾는 임무를 띤 정부 비밀요원이라는 환상에 빠진 것으로 나온다.
알리샤씨가 한번도 내시씨를 떠나지 않았다는 영화 줄거리도 사실과 다르다. 실제로 알리샤씨는 63년 내시씨와 이혼했다가 그의 간청으로 7년 뒤 돌아오고, 지난해 6월 재결합했다. 프린스턴대 재직 시절 그는 “마오쩌둥은 13세 때 성년식을 했는데 이날은 브레즈네프가 할례를 받은 지 13년13일째 되는 날이다”는 괴상한 낙서를 하는 등 ‘파인 홀의 유령’으로 불리기도 했다.
지금도 내시씨는 가끔 환청을 듣지만 무시한다. 그는 “꿈에서 빠져나오진 못했지만 꾸준히 나아지고 있다”고 말한다. 노벨상 상금은 자신과 마찬가지로 정신분열증을 앓았던 외아들과 알리샤씨를 위해 쓰고 있다. 그는 노벨e뮤지엄(www.nobel.se)에 올린 자전기에서 “지적 판단으로 환상을 거부하고 지나친 정치적 해석을 의식적으로 피했다”며 정신병 극복 과정을 설명했다.
곽민영기자 havef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