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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가 흐르는 한자]馬 脚(마각)

입력 | 2002-03-05 17:47:00


馬 脚(마각)

脚-다리 각 券-문서 권 競-다툴 경 棄-버릴 기 燒-태울 소 奸-간악할 간

家畜(가축)을 뜻하는 한자는 모두 물체의 모습을 본 딴 象形文(상형문)이다. 그것은 한자를 만들 때 먼저 耳目口鼻(이목구비) 등과 같은 우리 몸과,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동물이나 日月山川과 같은 자연환경을 참고로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牛(소 우), 馬(말 마), 豕(돼지 시), 犬(개 견) 등은 象形文이다.

馬는 말이 앞발을 쳐들고 서 있는 모습에서 나온 글자다. 안에 있는 ‘二’는 ‘갈기’를, 밑의 ‘불화’는 네 다리를 뜻한다. 지금은 그 흔적을 찾기가 쉽지 않은데 그것은 한자가 수 천년을 거치는 동안 많이 변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馬의 뜻은 ‘말’이 되겠다. 馬券(마권), 馬夫(마부), 馬車(마차), 競馬(경마), 千里馬(천리마)가 있다.

脚은 月과 각의 결합이다. 여기서 月은 ‘달’이 아니라 근육 속의 힘줄을 뜻하는 것으로 우리 몸의 일부를 뜻한다. 곧 月은 ‘肉’과 같다. 却은 棄却(기각), 燒却(소각), 退却(퇴각), 却下(각하) 등에서 보듯 ‘차다’(蹴), ‘물리치다’는 뜻을 갖고 있다.

우리 몸에서 물리치는 부분은 ‘다리’ 밖에 더 있을까. 따라서 脚은 ‘다리’를 뜻한다. 脚光(각광), 脚本(각본), 脚色(각색), 健脚(건각), 橋脚(교각), 行脚(행각) 등이 있다.

곧 ‘馬脚’이라면 ‘말의 다리’가 되겠다. 그러나 지금 사용하고 있는 馬脚은 여기에서 다시 발전된 뜻을 지니고 있다.

예나 지금이나 연극에는 많은 小品(소품)이 필요하다. 그 소품을 모두 實物(실물)로 등장시키면 寫實感(사실감)과 生動感(생동감)이 넘쳐 좋기는 하겠지만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니다. 따라서 대개는 그림이나 형상을 만들어 대신하곤 한다.

말(馬)과 같은 동물은 더 더욱 그렇다. 실제로 말을 무대에 올린다면 얼마나 번거로울까. 그래서 말이나 말을 타는 장면은 대나무 따위로 말의 모습을 만든 다음 천으로 씌우는 방법을 사용하곤 했다. 물론 그 안에 사람이 들어가서 움직여야 한다. 그러다 혹 연기자의 실수로 넘어진다거나 천이 벗겨지는 날이면 馬脚 대신 人脚(사람의 다리)이 보이게 된다. 바로 ‘馬脚이 드러나는 순간’이다.

여기에서 ‘馬脚’은 일종의 ‘비밀’ ‘속임수’라는 뜻이 있고 ‘露出馬脚’(노출마각·馬脚을 드러냈다)이라고 하면 ‘숨기고 있던 奸邪(간사)한 꾀가 白日下(백일하)에 드러났다’는 뜻이다. 곧 사건의 眞相(진상)이 드러났다는 뜻이기도 하다.

鄭 錫 元 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 sw478@yaho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