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무부는 4일 발표한 연례 인권보고서에서 지난해 한국의 인권상황은 전년도에 비해 일부 개선됐으나 문제점도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 내용을 항목별로 전년도와 비교 분석해 본다.
▼언론상황▼
지난해 보고서와 비교할 때 가장 눈에 띄게 달라진 부분이다. 올해 보고서는 ‘표현과 언론의 자유(Freedom of Speech and Press)’라는 항목에서 지난해 한국정부가 실시한 언론사 세무조사를 비교적 객관적으로 소상히 다뤘다.
보고서는 “지난해 한국 정부는 주요 언론사에 대해 대규모로 세금 및 공정거래법 위반 조사를 해 정부에 대한 언론의 비판을 억제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과 의혹을 촉발했다”며 세무조사의 동기에 대해 논란이 있음을 지적했다.
보고서는 또 국제언론인협회(IPI) 등이 한국정부가 독립 언론을 탄압하고 있다는 결론을 내린 사실 등을 지적했으나 이와 함께 언론사 세무조사는 적법한 것이라는 한국 정부의 주장 등도 소개했다.
국무부가 “한국 정부는 언론 매체에 대한 직접적인 통제는 포기했으나 간접적인 영향력은 계속 행사하고 있으며 정부관리들은 기자와 편집인에 대해 강력하게 로비를 하고 있다”고 분석한 것은 지난해 보고서와 문구까지 똑같다.
지난해 보고서는 한국의 언론상황에 대해 “정부에 대한 언론의 비판은 모든 분야에서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당국은 언론 보도를 중단하기 위한 억압적 조치를 아직 취하지 않았다”고 평가했었다.
올해 보고서는 또한 ‘자의적 체포, 구금 또는 망명(Arbitrary Arrest, Detention, or Exile)’이라는 항목에서 세무조사건으로 구속된 언론사 대주주들에게 보석이 허용되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보고서는 “한국엔 보석제도가 있지만 인권변호사들은 ‘구속된 사람들이 중범죄로 기소됐거나 도주 또는 피해자에게 해를 입힐 우려가 있을 경우 및 일정한 주소가 없을 경우엔 대체로 보석이 허용되지 않는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보고서는 “지난해 8월 검찰이 대규모 세무조사의 일환으로 동아일보의 김병관(金炳琯) 전 명예회장과 조선일보의 방상훈(方相勳) 사장, 국민일보의 조희준(趙希埈) 전 회장 등을 구속했을 때 법원은 도주나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이들의 구속을) 허용했다”고 지적했다.
▼다른 문제점들과 북한▼
국가보안법은 이를 적용하는 기준이 모호해서 북한을 위해 간첩행위를 한 사람들 외에 평화적으로 반정부 의견을 표명한 사람들도 이 법에 따라 친북 또는 반국가 혐의로 구속되는 등 시민의 표현의 자유 등이 계속 침해되고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또 “경찰은 때로 구금된 사람들에 대해 가혹행위를 하며 보호관찰대상인 일부 석방자들은 여행 등을 할 때 경찰에 보고해야 하며 가정 내 폭력 강간 어린이학대 등은 여전히 심각한 문제로 이에 대처하기 위한 법적 조치는 미흡하다”고 덧붙였다.
한국 내 외국인들은 법적 사회적 차별을 당하고 있으며 한국은 인신매매범들이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여성과 어린이들을 매매하는 출발지, 경유지, 목적지로 이용되고 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북한의 인권 상황은 여전히 열악하며 자의적 체포 구금 살해 등 심각한 인권침해가 자행되고 있다고 평가했는데 이러한 지적은 지난해 보고서의 내용과 거의 달라진 게 없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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