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시간6분대냐, 2시간7분대냐?”
베를린마라톤과 시카고마라톤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이유는 ‘세계 최고기록의 산실’이기 때문이다. 전 남자 세계기록 보유자 호나우두 다 코스타(브라질)가 98베를린대회에서 2시간6분05초를 뛰었고 할리드 하누치(미국)는 99시카고대회에서 현 남자 세계기록(2시간5분42초)을 작성했다. 그만큼 마라톤대회와 기록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좋은 기록〓세계 권위대회’의 등식이 성립해 있는 게 현실이다.
명실상부한 국내 최고의 국제마라톤대회인 동아서울국제마라톤도 세계무대로 도약할 조건을 갖추고 있다.
먼저 17일 열리는 2002동아서울국제마라톤의 서울코스는 베를린마라톤 코스와 비슷하다. 베를린마라톤 코스는 30㎞지점과 35㎞에서 표고차 약 10m와 20m짜리 언덕이 있을 뿐 대부분의 코스가 평탄하다. 동아마라톤의 서울코스도 출발한 뒤 약 5∼8㎞ 지점에 표고차 약 25m의 완만한 오르막이 있고 20㎞ 지점에서 표고차 약 20m의 짧은 언덕이 있을 뿐 평탄하다. 특히 약 8㎞ 지점인 서울시청앞에서 잠실에 이르는 약 20여㎞ 구간이 전반적으로 ‘완만한 내리막’을 이루고 있어 선수들의 레이스를 편하게 해줄 전망이다. 게다가 동아코스는 초반에 오르막이 있어 힘이 빠지는 후반에 오르막이 있는 베를린보다 훨씬 낫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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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제 육상연맹 서울 새코스 공식인증
또 런던대회 등 시내 중심가를 많이 지나는 대회는 굴곡이 많은 데 비해 동아마라톤 코스는 이들 대회보다 굴곡이 훨씬 적다. 굴곡이 많으면 선수들이 방향전환을 수시로 해야 되기 때문에 스피드를 낼 수 없다.
‘한국 마라톤의 간판’ 이봉주와 함께 세계 유수의 마라톤대회에 참가해온 오인환 삼성전자 남자마라톤팀 감독은 서울코스에 대해 “세계적으로 봐도 전혀 손색없는 코스다. 선수들에게 부담을 주는 오르막이 없고 평탄해 좋은 기록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정하준 코오롱 감독도 “지난해에도 코스가 좋았는데 맞바람이 세게 불고 언덕이 있는 송파구 가락농수산물시장 일대를 잘라내 더 기록내기 좋은 코스가 됐다”고 덧붙였다.
1월 코스 답사차 방한했던 일본 TV아사히의 스포츠 전문 PD 사이토 히로토는 “일본에도 이같이 훌륭한 코스는 없다”고 감탄했다.
참가선수들의 면면도 좋은 기록 작성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 2000후쿠오카마라톤에서 아시아 최고기록(2시간6분51초)을 세운 일본의 간판 후지타 아스시와 2시간7분59초의 모리시타 요시테루를 비롯해 지난해 암스테르담대회에서 2시간7분02초로 우승한 드리스 엘 이메르(프랑스), 거트 타이스(남아공·2시간06분33초) 등 세계 최고의 건각들이 대거 참가해 자웅을 겨룬다.
여자부에서도 지난해 세계여자랭킹 6위(2시간24분02초) 웨이 야난(중국)과 고토 이쿠요(일본·2시간26분37초) 등이 한국의 간판 권은주(2시간26분12초·삼성전자)와 경쟁한다.
임상규 삼성전자 여자마라톤팀 감독은 “코스로 보나 참가선수로 보나 남녀부에서 일단 대회 최고기록은 무난할 전망이다”고 말했다. 코스 실사에 직접 참여했던 황규훈 건국대 감독은 “이런 조건이라면 날씨와 페이스메이킹에 따라 2시간7, 8분대는 충분히 가능하고 6분대도 노려볼 만하다”고 말했다.
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