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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드레김-이승재기자의 테마데이트]화장(下)

입력 | 2002-03-07 14:30:00


이〓두꺼운 화장을 하면서 클렌징을 소홀히 하면 피부 트러블이 심하게 일어날 수 있죠. 선생님 피부는 고백론적 윤기가 넘칠 뿐만 아니라 주름도 거의 없으신데요….

앙〓저는 굉장히 좋은 피부를 타고 났어요. 화장품에 대한 거부반응도 없고요. 이 점에 대해 저를 탄생하게 해주신 부모님과 조상님께 감사드려요. 40대 때 주위 친지께서 세수한 직후의 제 얼굴을 보시더니 “어쩌면 주름이 하나도 없어요?” 하기에, 제가 “어우, 40대에 주름이 있으면 어떻게 해요”라고 했죠. 피부에 부작용이 없는 화장품을 선택하는 것은 피부관리에 가장 소중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서구 여성들은 어깨나 앞가슴에 퍼진 기미나 얼굴에 깔린 주근깨로 고민하는 경우가 많지만, 한국 여성들은 매끈하고 윤기있는 피부를 타고나 화장을 위한 기본 조건이 훨씬 축복스럽죠. 한때 많이 웃을수록 얼굴에 주름이 잡힌다고 해서 우스워도 “호호” 하면서 입을 절대로 크게 벌리지 않던 여성들이 있었는데요. 천박하고 유치해 보였죠. 저는 밝게 활짝 웃을수록 얼굴 근육운동이 활발히 돼서 피부가 절대로 주름잡히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어요. 제 40년 경험에 의해서요.

이〓선생님은 손님이 갑자기 찾아와도 일단 파우더룸으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거나 화장을 점검한 뒤 정식으로 인사하고 맞이하십니다만….

앙〓여성들이 화장을 할 때는 5분간 간단히 만질 수도 있지만 1, 2시간을 화장대 앞에 앉아있을 수도 있죠. 그건 여성의 자유이고 자신의 독창적인 세계이니까 누가 뭐라고 강요할 수는 없어요. 그렇죠? 그러나 화장을 마치고 일단 타인과 마주하면 180도 달라져야 합니다. 자신이 어떤 메이크업을 했건, 어떤 헤어스타일을 했건, 자신이 10분을 화장했건, 2시간을 화장했건 자신이 화장에 투자한 노력을 완벽하게 잊어버려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 립스틱이 멋지게 보이겠지’ 하고 스스로에게 빠져 정신을 파는 대신 상대방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그와 만드는 조화로운 세계 속으로 들어가야죠. 화장은 종교 같아요. 자신이 거기에 몰입하는 자체로 의미있고 아름답고 그걸로 소중한 거죠. 립스틱이 입술에 번질까봐 어색한 표정을 짓는 여성은 굉장히 천박해 보이죠. 플레이보이 기질이 있는 남자들은 머리 옆을 휘이 쓸어넘기기도 하죠. 그런 모습에서 어떤 매력적인 상상의 세계가 찾아질까요? 정말 교양 없어 보이죠.

(순간 앙드레 김은 잠깐 동안의 인터뷰 중단을 정중히 요청했다. 그리고 파우더룸으로 들어갔다. 4분36초 뒤 자리로 돌아왔다. 나는 그의 모습을 면밀히 관찰했다. 웃옷은 새 것으로 바뀌었고 얼굴은 새롭게 단장돼 있었다.)

이〓가수 왁스의 ‘화장을 고치고’란 노래에는 이미 헤어진 남자이지만 좀 더 예쁜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여성의 콤플렉스한 마음가짐이 담겨 있죠. 그러나 일부 남성들은 여성의 진한 화장에 다소의 반감을 갖는데요.

앙〓저녁식사의 경우도 ‘블랙 타이 디너(black tie dinner·턱시도 등 정장 차림으로 참석하는 만찬)’가 있듯 포멀(formal)한 저녁 자리에는 헤비한 화장이 더 어울리죠. 밤에는 태양광선 대신 인공조명이 존재하기 때문에 은은한 빛을 흡수하는 짙은 눈가는 훨씬 상상력 있고 신비주의적이며 꿈결같은 눈빛으로 다가갈 수 있죠. 아내나 연인의 화장에 대해 잔소리를 늘어놓는 것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의 권리라고 착각하는 남성들이 많은데요. 사랑하는 남자를 위해 여인이 자신의 얼굴에 투자한 정성의 두께를 읽어낼 수 있는 남성만이 여성의 화장에 대해 불평할 자격이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sjd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