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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화제]‘결단’ 더이상 미뤄선 안된다

입력 | 2002-03-07 17:35:00

장환수 기자


한국 체육의 미래를 짊어진 대한체육회가 파행으로 치닫고 있다.

‘그날 이후’ 회장의 ‘직무유기’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운용 대한체육회장 겸 대한올림픽위원회(KOC) 위원장은 지난달 28일 사퇴 의사를 밝혔다고는 하지만 법적으론 여전히 자신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대한체육회장은 대의원 앞에서의 사퇴 선언만으로 절차가 끝나는 것이 아니다. 최종적으로 상위 감독기관인 문화관광부가 김회장의 의견을 접수해야 한다. 따라서 김회장이 이런 절차를 무시한 채 집무실에 출근하지 않는 것은 직무유기인 것.

김회장이 그토록 강조했던 ‘사퇴 의사 불변’도 시일이 지나면서 퇴색돼가고 있다. 체육회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김회장은 아직도 비공식 경로를 통해 회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체육계는 이른바 ‘왕당파’와 ‘반대파’로 나뉘어 사분오열의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일부 체육회 부회장단과 대의원들은 7일 올림픽파크텔에서 모여 김회장 재추대를 위한 작업에 들어갔다. 여성스포츠회는 이미 서명까지 끝낸 상태다.

하지만 재야단체인 체육시민연대는 김회장의 유임 반대성명을 냈고 체육회 원로들도 주말쯤 회동을 갖고 김회장의 거취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밝힐 예정이다.

김회장의 어정쩡한 행보가 계속되자 정부에서도 곱지 않은 눈길을 보내고 있다. 문화부는김회장의 복귀가 있을 수 없다는 단호한 입장으로, 다만 김회장이 여전히 여론의 추이를 주시하고 있다는 판단 아래 두고 보자는 분위기다.

이에 일각에선 지난해 7월 모스크바에서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 선거후 김회장이 당락에 관계없이 대한체육회장직을 그만두기로 했지만 약속을 어겼다는 ‘충격적인’ 밀약설을 흘리고 있기도 하다. 후임 회장에 대한 실명이 거론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제 김회장은 더 이상 시간을 끌어선 안된다. ‘아름다운 퇴장’이든 ‘회장직 복귀’든 하루빨리 결단을 내려야 한다. 한국 체육의 미래는 그의 장고를 기다릴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장환수기자 zangpab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