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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갈팡질팡 집값 안정대책

입력 | 2002-03-07 17:35:00


투기의 ‘망국병’이 다시 도지는가. 자고 나면 뛰는 아파트 값과 정부 대책을 보면 투기열풍이 불었던 70, 80년대로 되돌아간 듯한 착각이 든다. 수백 대 1의 아파트청약 열기가 예전과 같고 늑장 대책이 별무효과인 것은 더 실망스럽다.

정부의 집값 안정 대책이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것은 신뢰를 얻지 못하기 때문이다. 분양권전매 제한 조치가 발표된 다음날 건설교통부 관리가 “폭등세가 진정되지 않으면 분양권 전매제도의 폐지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데서도 대증요법식 대책의 한계가 확인된다.

집값 상승의 근본 원인은 정부의 빗나간 경제정책 운용에 있다. 경기를 살리려고 조급히 서두른 탓에 장기간 안정됐던 집값이 요동치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 세제와 규제를 풀고 재정자금을 앞당겨 푼 것도 따지고 보면 ‘선거의 해’를 의식한 부양책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과열되면 여간해서는 불길을 잡기 어려운 것이 부동산 경기라는 점에서 정부의 선택은 지나친 단견이라 아니할 수 없다.

정부는 경기부양에 집착한 나머지 집값 상승을 사실상 방치해온 것이 아닌가. 지난해부터 집값과 전세금 오름세는 심상치 않았으나 정부는 이를 외면하지 않았는가. 서울지역의 집세 상승률이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사상 최악의 전세대란이 발생했던 1990년대 초반 수준에 육박할 정도로 심각하다.

그러나 정부의 상황 인식과 대응은 지나치게 안이하다. 집값이 이미 오를 대로 오른 후에 사후약방문식 부동산 대책을 내놓아 불신을 자초하고 있다. 세무조사 도중에 잠시 주춤했던 아파트 값이 다시 치솟는 것을 국민이 눈으로 본 터라 정책이 더욱 신뢰를 잃고 있다.

국민은 무리하게 경기를 살리려는 정부의 의도를 꿰뚫어보고 있다. 정부는 집값이 너무 오르자 안정대책을 발표하긴 했지만 경기부양책을 포기하기 싫은 것이 아닌가. 만약 경기부양에 연연해 집값 상승에 소홀하게 대처한다면 땅에 떨어진 정책의 신뢰를 회복하기는 힘들 것이다. 먼저 국민의 신뢰를 찾는 게 급선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