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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황태훈/´들러리´한일역사공동위

입력 | 2002-03-07 17:45:00


5일 공식 출범을 선언한 ‘한일역사연구공동위원회’(이하 공동위)가 일본의 역사 왜곡을 바로잡을 수 있을까? 한국과 일본의 사학자들이 양국 역사를 함께 연구한다는 취지로 구성된 공동위는 늦어도 4월까지 고대사 중대사 등 소위원회를 구성해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갈 계획이다.

하지만 한일 양국 정상 간 합의에 따라 출범한 공동위는 출발부터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공식 출범식도 없이 한일 양국에서 간단한 발표로 대신했고, 참여학자 명단도 “빠른 시일 안에 발표할 것”이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특히 이번 발표문에 ‘연구 결과를 양국 역사 교과서에 반영한다’는 내용이 빠진 것은 공동위 구성 취지 자체를 크게 퇴색시켰다는 지적이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일본 정부가 자국의 교과서 검정제도 때문에 정부 제안을 무조건 받아들이라는 것은 무리라고 주장해 ‘교과서에 반영한다’는 문구를 삭제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일본이 그동안 역사 왜곡에 대해 수동적으로 대응했지만 최근 한국 중국 등 주변국들의 반발이 심한 상태여서 연구 결과가 어느 정도 반영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교육인적자원부 관계자는 “공동위의 연구 결과를 한일 양국 정부가 책임지고 교육 기관 및 국회, 도서관 등에 배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연구결과가 일본 교과서에 기대할 만한 수준으로 반영될지는 미지수다. 일본 정부가 받아들인다고 해도 중학교 8종, 고교 20여종이나 되는 일본 역사 교과서 제작업체에서 이를 거부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공동위의 결과물은 2005년 후에 공개할 예정이지만 더 연기될 가능성도 있다.

결국 공동위가 출범은 했으나 ‘역사왜곡 바로잡기’라는 목적달성보다는 형식적인 ‘공동 연구’에 그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역사학계에서도 ‘공동위는 양국 정상의 전시 외교에 역사학계가 들러리를 선 것일 뿐’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황태훈기자 문화부 beetle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