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영화를 한 편도 보지 않은 78세의 할머니가 영화의 주인공이 됐다. 데뷔작에서 주인공이 된 할머니는 김을분씨(충북 영동군 상촌면).
김씨는 ‘미술관옆 동물원’의 이정향 감독이 연출한 영화 ‘집으로’에서 딸이 맡긴 7세 외손자 상우를 돌보는 77세의 언어장애 할머니역을 맡았다.
영동에서 태어나 평생 고향에서 호두 농사를 짓고 있는 김씨는 지난해 봄 주인공을 물색하던 이 감독에 의해 캐스팅됐다. 자식에게 누가 된다며 출연을 고사했지만 이 감독이 김씨의 아들을 설득해 마음을 바꿨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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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월부터 7개월간 촬영된 이 영화에는 김씨를 비롯해 상촌면 마을 주민 50여명이 조연과 엑스트라로 출연했다. 6일 서울 저동 중앙극장에서 열린 첫 시사회에는 마을 주민 50여명이 관광버스를 타고 와 함께 봤다.
김씨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자꾸 다시 찍자고 해 부아가 나 힘들었다”며 “처음으로 본 영화가 내가 출연한 영화인데 찍을 땐 몰랐지만 나중에 보니 재미있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2년 전 90세의 나이로 돌아가신 외할머니를 생각하며 영화를 만들었다”며 “세상의 모든 외할머니들에게 영화를 바친다”고 밝혔다. 제작사 측은 김씨를 비롯해 마을 주민의 출연료에 대해 “단역은 엑스트라 기준대로 지급했고 할머니 출연료는 너무 많아 밝힐 수 없다”고 말해 폭소를 자아냈다. 이 작품은 4월5일 개봉된다.
김갑식기자 gs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