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자 전원에게 순위를 매기는 독특한 투표 방식인 ‘선호투표제’가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의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그동안 각종 여론조사에서 ‘만년 2위’로 나타났던 노무현(盧武鉉) 후보가 제주 울산 선거인단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 ‘1순위표〓양강(兩强) 체제, 2순위표〓초강세’로 나타나면서 막판 극적 반전의 가능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즉, 과반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최하위 득표자의 2순위표부터 차례로 나눠주는 새로운 개표방식에 따라 1순위표에서 2위를 하더라도 최종 개표에서 역전 시나리오가 펼쳐질 가능성이 커졌다는 얘기다.
▽선호투표는 예고된 암초〓7만명의 선거인단을 상대로 16개 시도를 돌며 실시되는 민주당의 국민참여 경선제는 과거 ‘체육관 선거’처럼 별도의 결선투표를 하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딜레마를 해소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 선호투표제다.
당초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려온 이인제(李仁濟) 후보측에서는 당내의 ‘반 이인제 연대’ 조짐 때문에 처음부터 이 제도를 꺼림칙하게 여겼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당 쇄신 요구의 물결에 묻혀 결국 마지못해 이 제도의 도입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선거인단을 대상으로 한 각 언론사의 사전여론조사를 통해 그동안은 표면에 드러나지 않았던 ‘2순위 표심(票心)’이 드러나면서 이 후보측도 2순위표의 중요성을 의식하기 시작해 선거전략 수정에 나섰다. 이 후보 진영은 이에 따라 7일부터는 “다른 후보를 지지하는 대의원 및 당원 선거인단 등에게 ‘2순위표라도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반면 노 후보측은 선호투표를 ‘이인제 대세론’을 차단하는 묘수로 적극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선호투표의 맹점〓노 후보 진영의 한 핵심참모는 “개혁후보 단일화 등 합종연횡 등을 통해 양자 대결 구도로 몰고간 뒤 수도권에서 멋진 승부로 이겨야 한다”며 “최종 승자가 누가 되든 2순위표로 역전할 경우 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선호투표가 갖고 있는 ‘표의 등가성’ 논란 때문. 1순위표에서는 뒤지면서 중하위권 후보의 2순위 이하 표를 많이 받아 역전승할 경우 불복 시비가 일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또 일부 후보가 중도 사퇴할 경우 그의 모든 표가 원천 무효가 된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따라서 민주당 경선에 새로운 흥미를 더해주고 있는 선호투표제가 후보들간, 나아가 당내 분란의 불씨가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제주〓부형권기자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