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L씨(36)는 1년 전부터 ‘밤(夜)’이 무서워졌다고 말한다. 밤마다 온 몸이 몹시 가렵고 두드러기가 나기 때문. 남편과 싸운다든지 애들이 사고를 쳐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은 날 밤에는 증상이 더욱 심했다. 음식을 잘못 먹어서 두드러기가 난다는 주변 사람들의 말에 며칠 동안 금식도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회사원 K씨(28)는 비염으로 콧물이 끊임없이 흘러내려 일에 집중하기 어렵다고 호소한다. 약을 먹으면 콧물은 멈추지만 졸음이 쏟아진다. 그는 급기야 약을 먹고 운전을 하다가 접촉사고를 내고 말았다.
두드러기와 비염은 대표적인 알레르기 질환. 특히 약물이나 음식물 때문에 두드러기가 생겼다면 원인 물질을 피해야 한다. 그러나 증상이 6주 이상 지속되는 만성 두드러기는 원인을 알 수 있는 비율이 20% 미만이라 어찌 해볼 도리가 없는 경우가 적지 않다.
알레르기 비염은 찬 공기에 노출되면 콧물이 흐르고 코가 간지러우며 재채기가 반복되는 질환으로 인구의 15% 이상에서 경험할 정도로 흔하다.
알레르기 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사용되는 약제가 바로 항히스타민제. 가려움증이든 콧물이든 증상이 생긴 뒤 먹는 것보다 미리 먹어 증상이 아예 나타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항히스타민제는 증상을 개선시키는 효과는 비슷하지만 입이 마르고 수면을 유발하는 등 부작용에서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특히 졸음은 항히스타민제 투여에 있어서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이 때문에 항히스타민제를 투여한 운전자는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최근에는 약물이 중추신경계에 침투하지 않아 졸음을 유발하지 않는 2세대, 3세대 항히스타민제가 시판되고 있어 비교적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다.
이 같은 항히스타민제로는 UCB의 ‘지르텍’, 아벤티스의 ‘알레그라’, 부광약품의 ‘아젭틴’, 베링거잉겔하임의 ‘알레지온’, 유한양행의 ‘클라리틴’ 등이 있다. 코막힘 등의 증상을 완화하고 졸리는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교감신경 항진제와 복합된 UCB의 ‘씨러스’도 널리 이용되고 있다. 과거 널리 사용되던 터페나딘과 히스마날은 심장에 대한 부작용 우려 때문에 사용이 중지됐다.
김윤근(서울대병원 내과 교수)
자료제공 의학교육사이트 버추얼엠디(www.virtualm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