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조2000억원 규모의 차세대전투기(FX)사업의 기종 선정이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국방연구원(KIDA)과 국방과학연구소(ADD) 및 공군 등에서 진행 중인 4개 후보 기종의 1단계 평가가 곧 마무리돼 다음 달 최종 결정만을 남겨놓고 있다.
1단계 평가결과 기종간의 평가 차이가 3% 이내이면 2단계 평가에 들어가는데 2단계 평가는 한미(韓美)연합 작전능력 등 정책적 사안이 고려되기 때문에 미국 보잉사의 F15K가 유리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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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X 외압’제기 공군대령 구속
그러나 최근 현역 공군대령이 뇌물수수 혐의로 군 검찰에 구속되는 등 막판 잡음이 거세다.
▽F15K인가, 라팔인가〓현재 F15K와 프랑스 다소사의 라팔, 유럽 4개국의 유로파이터, 러시아의 수호이35 등을 대상으로 △수명 주기비용 △임무수행 능력 △군 운용 적합성 △기술이전 및 계약조건 등에 걸쳐 1단계 평가가 진행 중이다.
국방부는 “모든 후보 기종이 이미 시험평가에서 군 작전운용능력(ROC)을 충족한 우수한 전투기”라고 강조하고 있으나 현재 실질적인 경쟁은 F15K와 라팔의 ‘2파전’으로 압축된 상태.
F15K의 경우 실전 능력이 검증된 현존 최고의 전투기로 평가받지만 개발된 지 30년이나 지난 것이 단점. 반면 83년 시제품이 생산된 라팔은 전자식 첨단 레이더 장비와 무기체계 등이 장점이지만 실전 경험이 없다.
해당 업체들의 경쟁도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지난해 2000억달러 규모의 미국 통합전투기(JSF)사업에서 탈락한 보잉사는 한국의 FX사업마저 놓칠 경우 대외신인도 하락은 물론 자체 전투기 사업에도 큰 타격이 불가피하다. 프랑스 다소사도 라팔의 첫 수입 후보국인 한국시장을 내줄 경우 향후 싱가포르 등 아시아 각국의 차세대 전투기 시장에 대한 판로 개척에 막대한 지장이 있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잇단 잡음〓기종 결정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3급 군사기밀인 공군평가단의 해외 시험평가 보고서 유출 파동이 불거지는 등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보고서 유출 사건은 FX사업이 특정업체에 유리하게 진행되는 데 반발한 군 일각이나 경쟁업체 측이 고의로 보고서를 흘렸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지난해 공군시험평가단의 요직을 지낸 조모 대령이 한 참여업체의 국내 대행사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군 검찰에 구속되면서 파장은 더욱 커졌다. 조 대령은 군 고위층의 특정기종 지원 의혹을 제기해 군 당국의 조사를 받아왔었다.
여기에 미국 정부의 압력설과 국방부와 공군의 알력 의혹까지 겹쳐 일부에서 ‘사업 연기론’까지 제기되자 군 당국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향후 전망〓군 당국은 1단계 평가결과를 종합해 29일경 2단계 평가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2단계 평가로 가더라도 다음달 초까지는 기종 선정에 관한 최종 결정이 내려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방부는 기종 결정에 따른 탈락 업체의 법정소송 등에 대비해 끝까지 공정하고 투명한 심사를 진행해 ‘무기도입사업〓정권비리’라는 불행한 전례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강조한다.
군 고위 관계자는 “어떤 기종이 선정되든 상당기간 후유증이 예상된다”며 “기종 선정 뒤 구체적인 평가자료를 낱낱이 공개하는 것만이 의혹 해소를 위한 유일한 방법이다”고 말했다.
윤상호기자 ysh1005@donga.com
차세대전투기(FX)사업 추진 과정연 도추진 내용1993년차세대전투기 120대 도입계획 발표1996년전투기 도입규모 80대로 축소1998년도입규모 40대로 축소2000년 6월4개 후보기종 제안서 접수2000년 8∼12월제안서 분석 및 해외 시험평가 실시2002년 1∼2월4개 기종 1∼3차 가격협상 결렬2002년 2월 중순 4개 기종 가계약 체결2002년 3월1차 평가 완료 및 2단계 평가 여부 결정 2002년 4월최종 기종 선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