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노사가 합의한 특별단체교섭안을 놓고 전국철도노조가 11∼13일 실시하는 찬반투표에 정부와 노동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노동계는 100년 전통의 철도노조(조합원 2만3000여명)가 내리는 이번 결정이 올해 노동운동의 향방을 가늠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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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부 쟁탈 양상〓철도노조 현 지도부가 노사합의안 찬반투표와 지도부 불신임을 연계하자 노조 내부에서는 심한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현 지도부에 반대하는 내부의 강경파와 보수파가 모두 합의안을 부결시켜 현재의 중도적인 지도부를 교체하기 위해 ‘조합원 확보전’에 들어갔다.
특히 지도부가 교체되면 상급단체를 현 한국노총에서 민주노총으로 바꾸는 조합원 총투표가 실시될 예정이어서 양대 노총도 크게 신경을 쓰고 있다.
▽조합원 자극하는 철도청의 강경 자세〓철도청이 190여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고발하고 9일 법원이 조합비 가압류를 결정한 것이 이번 찬반투표의 변수가 되고 있다. 노조는 고소고발과 징계를 최소화한다고 노사가 별도 합의한 것을 철도청이 정면으로 어긴 것으로 보고 있다.
8일 서울 여의도 노사정위원회에서 손학래(孫鶴來) 철도청장과 철도노조 측이 징계 완화와 해고자 복직 등을 논의했으나 고성이 오가는 등 심한 견해차를 드러냈다. 철도청은 파업 단순가담자를 선처한다고 밝혔지만 노조는 선처의 수준을 의심하고 있다.
한편 정부는 철도청이 조합원 찬반투표를 앞두고 고발에 나선 것이 투표 결과에 악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했다. 노동부의 한 관계자는 “철도청의 고발은 시점이 좋지 않았다고 본다”며 “찬반투표 결과를 예상하기 아주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망〓노동계는 합의안이 부결될 경우 국내 노동운동은 대(對)정부 투쟁을 내세우는 강경세력(민주노총)이 득세하고 노사협상을 앞세우는 온건세력(한국노총)은 위축되는 혼미한 양상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한국노총 내부에서는 합의안이 부결될 경우 그동안 민주노총을 대했던 ‘포용전략’을 폐지하고 분명하게 선을 긋겠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노동계는 합의안이 통과되면 대화와 협상을 위주로 한 한국노총의 노동운동이 큰 힘을 얻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 진기자 lee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