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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마당]최동주/공기업도 전직지원제 도입하자

입력 | 2002-03-10 18:36:00


지하철 파업이 타결되었지만 발전노조의 파업은 아직 계속되고 있다. 이것이 공기업 파업의 완결판이라고는 아무도 단언할 수 없는 형편이다. 정부는 ‘누적된 적자가 수백∼수조원에 이르러도 과감한 구조조정 한번 속 시원히 추진하지 못하는 공룡을 어찌해야 하는가’라고 여론에 호소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호소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닐 것이다. 공공부문의 구조조정이 거창한 구호에 그친 채 수년 동안 지지부진하고 있는 마당에 공기업 민영화를 둘러싼 파업과 실력행사는 이미 충분히 예상됐던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제 정부는 국가경제를 지켜온 공기업의 노동력을 보전하고 활용하기 위한 정책적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공공부문은 사업분야별로 특수한 전문성을 지닌 인적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그들은 대부분 사기업 노동자들보다 더 높은 애국심으로 무장돼 있고 사회봉사의식도 높다.

민영화가 피할 수 없는 대세라면 이들 공기업 노동자들을 국가가 재활용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그러나 정부는 최근 공공부문 파업 과정에서 이러한 의지를 전혀 보여주지 못해 스스로 능력의 한계를 드러냈다.

세계 최강의 미군은 지난 10여년간 국방체계개혁(RMA·Revolution in Military Affairs)을 꾸준히 추진하면서 각 분야의 인력을 감축하는 과정에서 퇴직자를 위한 전직 지원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 최고의 경쟁력을 자랑하는 호주의 국영 통신기업 텔스트라도 임원은 물론 현장직원까지 가리지 않고 지원자에 한해 장기간 전직 지원 프로그램을 가동해 민영화에 성공했다.

이러한 사례들은 많은 선진국의 공공부문 개혁과 민영화 과정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다. 그리고 이 기업들은 모두 ‘비싸게’ 팔렸다.

인적자원 관리 프로그램의 경우 공공부문은 민간부문으로부터 끊임없이 배워나가야 한다.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를 거치면서 우리 민간기업들은 인적자원 관리방식에서 엄청난 변화를 경험했다.

그 핵심은 직원들이 퇴직할 때 교육과 자기계발의 기회를 부여하고, 이를 발판으로 새로운 노동력으로서의 가치를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국내 진출 다국적기업들이 양질의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이미 채택하고 있고 최근 국내 기업들도 다투어 도입하고 있는 ‘전직 지원제도(outplace-ment)’를 공공부문 개혁과정에도 적극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최근 들어 국가마케팅이라는 말이 유행어처럼 쓰이고 있다. 국가관리 방식을 효율적으로 재편성하는 것이 국가마케팅의 핵심이라는 사실은 많은 연구에서 입증된 바 있다. 한국은 노동자들이 일궈낸 나라다. 이제는 이 노동자들이 정책적 배려를 통해 효율적인 인적자원으로 다시 탄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공기업들은 선진형 퇴직자 관리제도의 도입으로 변화와 개혁의 태풍에도 견딜 수 있다.

최동주 숙명여대 교수·국제관계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