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업계의 양대 산맥인 유럽차와 미국차는 어떻게 다를까.
현재 국내 수입차 시장에는 줄잡아 120여종의 차량이 선보이고 있다. 올 상반기에도 10여대의 신차가 잇따라 발표됐다.
수입차를 살펴볼 때는 어느 나라에서 만들었나를 알면 특성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레저용 차량이 강한 미국차〓미국차는 세단보다는 레저용 차량의 강세가 두드러진다. 레저 활동을 중요시하는 국민 성향 때문이다.
반면 미국업체들이 만든 세단은 고급 인테리어나 최첨단 전자장치를 장착하기보다는 꼭 필요한 기능만을 채택해 최대한의 실내 공간으로 많은 인원이 탈 수 있도록 디자인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크라이슬러코리아의 웨인첨리 사장은 “자동차가 지위나 개성을 말해 준다기보다는 차를 기본적인 이동 수단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국토가 넓어 대부분의 도로가 긴 일자형으로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정교한 핸들링보다는 장거리 주행에서의 피로를 최소화할 수 있는 편안한 성능으로 자동차를 설계하는 것이 유럽차와 다른 점이다.
주로 높은 배기량의 엔진을 부착하는 것도 장거리를 고속 운행해도 무리가 없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넓은 사막 한가운데서 엔진에 이상이 생기면 큰 낭패를 볼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염두에 두었다는 것이다.
최근 국내에 선보인 크라이슬러 LHS와 포드의 링컨 시리즈 등이 전형적인 미국형 세단으로 꼽힌다. LHS는 3500㏄의 배기량에 판매 가격은 5980만원으로 같은 배기량의 유럽차 보다 40% 정도 가격이 싸다.
▽유럽차는 편한 핸들링에 무게 중심〓유럽은 귀족문화 성향 등으로 레저 차량보다는 세단이 더 발달했다.
특히 기술력과 예술성을 강조해 차량의 성능과 디자인이 강하다는 평을 받는다.
유럽의 좁은 도로 사정 때문에 차 크기를 최소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는 점도 특징이다. 때문에 순간폭발력이 뛰어난 터보엔진이나 컴프레서와 같은 작고 힘있는 엔진을 선호한다.
김효준 BMW코리아 사장은 “BMW나 벤츠 등 유럽 자동차 회사들은 첨단 디자인과 고성능에 초점을 맞추고 차를 개발하는 경향이 뚜렷하다”고 말했다.
비행기 조종석에 앉은 듯한 다양한 전자장치와 장비도 유럽차의 특징으로 꼽힌다. 아우디 폴크스바겐 볼보 등 전통적인 유럽의 세단들이 공통적으로 이런 특성을 지녔다.
반면 유럽차는 개발 자체가 특수층을 겨냥하기 때문에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싸다.
▽미국-유럽차 합병 러시〓최근 세계 자동차업계는 인수합병을 통해 모든 나라의 어떤 지형에서나 적합한 최고의 차량을 만들기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대표적인 업체가 크라이슬러와 다임러벤츠의 합병으로 태어난 다임러크라이슬러다. 크라이슬러는 벤츠의 세단 기술을 받아들이고, 벤츠는 크라이슬러의 레저 차량 기술을 적용해 시너지 효과를 보고 있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가 사브를 인수한 것도 마찬가지이며, 포드가 랜드로버 재규어 볼보 등을 인수한 것도 상대방의 장점을 흡수하려는 차원으로 볼 수 있다.
김동원기자 daviskim@donga.com
최호원기자 besti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