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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리뷰]'존 큐' "아들이 산다면 무엇인들 못하랴"

입력 | 2002-03-11 17:35:00


존 큐. 가난한 흑인 공장 노동자. 그에겐 사랑스런 아내와 어린 아들이 있다. 어느날 아들이 심장병으로 쓰러진다. 심장이식수술을 받지 못하면 아들은 죽는다. 그러나 25만 달러의 엄청난 수술비. 차도, TV도, 결혼 반지도 팔았으나 그의 손엔 고작 6000달러만 있다.

이럴 때 아버지가 할 수 있는 행위의 최대치는 어디까지일까.

15일 개봉하는 ‘존 큐(John Q)’는 그 아버지가 아들을 살리려고 병원에서 인질극을 벌이는 드라마다.

존 큐는 총으로 응급실을 ‘접수’하고 의사와 환자를 인질로 삼아 아들의 이름을 수술 대기자 명단에 올려놓으라고 요구한다. 병원측과 대치하는 동안 아들의 상태가 급속히 악화되자 그는 아예 자기 심장을 아들에게 주기 위해 자살을 결심한다.

풍요로운 미국 사회의 어두운 단면과 의료 보험 제도의 문제점을 고발하는 사회 드라마같던 이 영화는 아버지의 아들 사랑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점점 ‘최루성’ 가족극이 된다. 자살을 결심한 존 큐가 아들과 전화로 인사하는 장면이 그 예. 존 큐는 심장이 있는 왼쪽 가슴에 손을 얹으며 아들에게 말한다.

“너와 항상 함께 있을거야, 바로 여기에….”

신파로 흐를 법한 대목에서 눈물이 쏟아지는 것은 주연을 맡은 덴젤 워싱턴의 연기 덕분. 이 때문에 관객들은 기꺼이 죽어 아들의 심장으로 살아 숨쉬고자 하는 존 큐에게 감정이 이입된다.

‘내가 죽어서라도 아들만 살릴 수 있다면…’. 어느 아버지가 이런 생각을 하지 않으랴. 영화의 제목이자 주인공 이름인 ‘존 큐’(John Q)는 고유명사이자 이 세상 모든 ‘아버지’를 의미한다. 미국에서 가장 흔한 이름인 존(John)과 익명에 사용되는 알파벳 ‘Q’. 결국 이 영화는 아들을 위해 범죄를 저지른 부정(父情)에 대해 유죄냐, 무죄냐를 묻고 있는 셈.

하지만 닉 카사베츠 감독은 무거워질 만한 결말을 지극히 ‘할리우드 스타일’로 끝을 맺는다. 마무리 대목에서 ‘존 큐’의 부성애에 몰입했던 관객이 눈물을 쏟은 게 무안할 정도다.

인질극이 TV를 통해 생중계되고, 응급실 밖의 군중들이 ‘존 큐’를 연호하며 영웅시하는 모습 등이 할리우드 방식을 벗어나지 않는다. 완성도에서 다소 흠이 보이지만 ‘존 큐’는 최근 미국 개봉에서 흥행 1위를 차지했다. 12세 이상.

강수진기자 sjkang@donga.com

◈이 대사!

#아들에게 심장을 주기 위해 자살을 결심한 존 큐와 아들의 전화 통화.

아들에게 심장을 주기 위해 자살을 결심한 존 큐와 아들의 전화 통화.

존 큐:엄마 말씀 잘들어야 한다. 엄만 너의 최고의 친구야. 사랑한다고 매일 말씀드려.

아들:네.

존 큐:뭔가 하겠다고 말했으면 꼭 해. 자기 말엔 책임을 져야 하니까. 돈도 많 이 벌어. 남을 배신하더라도…. 아빠처 럼 바보같이 살진 마.

아들:알았어요.

존 큐:돈이 있으면 모든 게 다 쉬워… 담배는 안돼. 못된 짓은 항상 멀리 해 라. 나쁜 일하지말고.세상엔,좋은 일 도 많단다… 사랑한다… 항상 곁에 있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