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방부의 ‘핵태세검토(NPR)’ 보고서를 특종 보도한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의 외부기고가 윌리엄 아킨은 10일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핵계획은 핵무기를 최후의 무기 수단으로 국한시키려는 지난 20년간의 추세를 거스르고 있으며 9·11테러 이후 급조된 세계관을 통해 핵필요조건을 재정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존스홉킨스대 외교대학원 수석연구원인 아킨은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일들을 하려는 비밀계획’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부시 행정부는 테러사태 이후 ‘조국 안보’ ‘미사일 방어망’ 등 방어적 개념을 강조해 왔지만 실제로 테러공격 이후 변한 것은 핵전쟁 계획이 확대됐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NPR 보고서의 핵심은 생화학 무기, 재래식 미사일, 컴퓨터 정보망 등 ‘비핵전략 능력’을 핵전쟁 계획에 통합시키는 것”이라며 “이같은 계획의 최종 결과물은 정밀 무기, 장거기 공격, 특수비밀공작 등으로 대변되는 아프간 전쟁 모델에 핵능력을 가미하는 것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미국은 알카에다와 같은 테러집단과 대치할 때도 일정 역할을 할 수 있는 핵무기를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킨은 “NPR 보고서는 생각할 수 있는 모든 핵사용 환경을 가정하고 있지만 이에 따른 정치 군사 도덕적 결과는 무시하고 있다”면서 “이는 핵전쟁 돌발 사건의 싹을 틔울 수 있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정미경기자 mick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