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을 먹은 새. 1968년. 39X31.5cm
◇ 장애를 딛고 선 천재 화가 김기창 / 심경자 글 김기창 그림 / 48쪽 9000원 나무숲
지난 해 텔레비전을 통해 정확치 않은 발음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당당히 들려주던 김기창 화백을 보았다. 그리고 그 프로그램은 우리 미술계의 거목이 이 세상을 떠났음을 안타까워 했다. 이 책은 그 김기창 화백의 그림을 모은 일종의 전기 형태의 화집이다.
한 사람의 그림 세계로 들어간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그 사람의 일생을 알아보거나 혹은 그 사람의 그림을 모두 보는 것으로 그것이 가능한 것일까? ‘그림은 흰 바탕이 있는 뒤에 나오는 것’이라는 말의 의미를 새겨 보면 그 화가의 흰 바탕이 무엇인지 궁금해진다. 그림을 읽는다는 건 우선 그 흰 바탕을 읽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4000점 중에 선별했다는 화가의 시대별 대표작품과 함께 그 그림을 그리게 된 시대적 사상적인 배경을 함께 읽을 수 있어 좋았다.
이제 세상에 눈뜨게되는 일곱 살이란 나이에 청각 장애가 되고, 열일곱에 그림 세계로 뛰어 들 수 있을 때까지, 그리고 아흔이 가깝도록 이 땅의 거목으로 자리잡기까지 그와 함께 해준 외할머니, 어머니, 아내의 모습도 찾을 수 있고, 일본풍 채색화에서 시작하여 ‘바보 산수’라는 자신의 독특한 그림을 그리기까지의 화가의 생각을 어느 정도 따라 읽어 낼 수 있게 해 준다.
특히 전문 용어에 익숙하지 않은 아이들을 위해 세세히 풀어준 미술용어며, 그림의 제목, 그리고 자세한 그림의 설명들은 그림을 한껏 친근하게 하는데 한 몫을 한다.
김기창을 ‘한국의 피카소’로 표현해야만 하는 한계가 우리의 문화 현실일 것이다. 아이들도 우리 화가보다는 서양의 화가에 더 익숙해져 있다.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화집도 번역되어 나온 것이 대부분이고 당연히 서양화가만 소개되는 상황에서, 전문가가 쓰고 고른 우리 작가의 화집을 보는 기분은 퍽 유쾌했다. 어린이 책은 ‘유치하다’는 보통의 생각과 달리 엄마와 아이가 함께 좋은 그림을 수시로 볼 수 있게 하는 썩 괜찮은 책 한 권이다.
김혜원(주부·서울 강남구 일원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