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임원이 주재하는 팀회의에는 30대부터 머리 희끗희끗한 40대 후반까지 다양한 연령의 부장들이 참석한다. 최근 대기업들이 연공서열보다 능력을 중시하는 인사제도를 도입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신입사원이 부장 자리에 오르는 기간이 점점 짧아지고 있다.
12일 경제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올해부터 능력이 특히 뛰어난 직원은 일정 요건만 갖추면 직무 연수에 관계없이 승진시키기로 했다.
또 일반적으로 사원-대리-과장-차장-부장에 이르는 진급 소요기간을 직급별로 1년씩 줄였다. 이에 따라 사원에서 부장까지 진급에 필요한 평균 기간이 모두 18년에서 14년으로 줄어들게 됐다.
SK텔레콤도 최근 인사제도를 바꿔 사원에서 부장까지 오르는 기간을 종전의 17년에서 올해부터 16년으로 줄이고 능력에 따라 최단(最短) 7년 만에도 승진이 가능하도록 했다.
삼성전자는 작년 인사 때부터 사원에서 부장까지의 승진기간을 21년에서 18년으로 단축하고 직급별로 승진 연한보다 1∼3년 6개월 이상 조기 승진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밖에 대한항공, 한솔제지, 한솔CSN 등도 신인사제도 도입을 통해 승진 연한을 크게 단축시켰다.
이처럼 부장으로 승진할 수 있는 기간이 짧아진 반면, 임원이 되기 위한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져 부장층이 두꺼워지고 ‘장수 부장’이 많아지리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LG전자는 그동안 부장이 임원 승진을 위한 근무기간 5년을 넘기고도 이후 5년 이상 승진하지 못하면 회사를 그만두어야 했으나, 앞으로는 부장으로 최장 12년 6개월을 근무할 수 있게 했다. 회사 관계자는 “임원이 되지 못한 부장이라도 충분히 능력을 발휘하도록 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신연수기자 ys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