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을 ‘봉’으로 생각하는 관료적 발상은 여전한 것 같습니다.”
부산아시아경기대회조직위원회가 회사 로고를 붙이고 다니는 전국 화물차량에 대해 1대에 10만∼15만원씩 ‘외부광고료’를 내라고 통보해 해당 기업들로부터 반발을 사고 있다.
조직위가 광고료징수 대행회사를 지정, 회사이름이나 로고를 지우지 않는 기업에 대해서는 올해부터 고발조치하고 구청을 통해 1대에 최고 500만원의 과태료를 물린다는 계고장을 보내고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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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만해서는 관(官)이 하는 일에 드러내놓고 반대하지 않는 기업들도 이번 일에 대해서는 노골적인 불만을 표시하고 나섰다. 화물차를 많이 이용하는 정유 택배 식품회사 등 해당 기업들은 지우는 비용이 더 들더라도 단 한푼의 광고료도 내놓지 않겠다는 강경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계고장을 받은 업체의 한 임원은 “차량에 회사이름을 표시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피해를 끼치는 것도 없고 지난해 말까지도 문제없던 것에 대해 갑자기 과태료를 물리겠다니 ‘봉이 김선달’과 무엇이 다르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회사 소유 차량은 외부광고가 허용되고, 아웃소싱 형태로 계약을 한 지입(持入)차량에만 회사 이름을 부착할 수 없다는 규정도 터무니없는 발상으로 지적되고 있다.
정부가 국가적인 행사를 치르면서 기업들로부터 필요한 자금을 끌어들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88서울올림픽 때도 조직위가 기업들로부터 자금을 유치했다. 그러나 그 때는 고속도로나 올림픽도로 주변에 대형 입간판을 설치, 광고가 필요한 기업들로부터 자연스럽게 광고료를 받아 기금으로 사용했다.
한국광고주협회 김기원 부장은 “이번처럼 기금을 걷기 위해 특별법을 만드는 것도 시대착오적 발상이지만 화물차량 광고비징수는 제5공화국 때보다 더 억지같은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이해될 수 없기는 규제개혁위원회도 마찬가지. 업계의 개선요구에 규개위는 올해 1년동안만 외부광고료 징수를 허용하고 내년부터는 적용하지 않겠다는 결정을 내린 것. ‘엉터리규정인 줄 알지만 조직위를 위해 기업이 1년만 돈을 내라’는 의미로밖에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식품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런 말도 안 되는 규제가 멀쩡하게 시행되고 있는데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는 대통령 취임공약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다고 할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김광현기자 kk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