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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장기투자 요령]종목사정 꿰고 ‘주인의식’가져야

입력 | 2002-03-12 17:41:00


장기투자라고 하면 주식을 장롱 깊숙이 묻어두고 하염없이 기다리는 것으로 이해하는 투자자가 적지 않다. 그리고 이런 투자방법은 한국의 투자 환경에 맞지 않는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아직도 한국 증시에는 장기투자를 지지하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 장기투자가 가능해져야 주식투자가 투기판이 아닌 건전한 재테크 수단으로 인식될 수 있기 때문.

물론 전제는 있다. 그저 유명한 주식을 대책 없이 사서 묻어두는 것은 진정한 의미의 장기투자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회사의 주인이 돼라〓대학생 김민국씨(23)가 지난해 겪었던 투자 경험담. 보유 종목 중 한 회사가 복지기금을 과다하게 책정하는 등 경영 투명성에 문제가 생겼다. 실적에 비해 배당이 지나치게 낮았던 점도 문제. 그래서 그는 이 회사에 시비를 걸기 시작했다.

그는 금감원 관계자 및 시민단체 등을 찾아다니며 조언을 구했고 회사의 주식담당자에게 요구사항을 밝히는 등 활발한 활동을 벌였다.

그와 소액주주들의 이런 노력 덕에 이 회사는 주주총회에서 “더 이상의 복지기금 증여는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했고 배당도 올렸다.

김씨는 “주식에 투자하는 것은 기업을 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기업을 샀으면 주인으로서 잘못된 점은 지적하고 잘 한 점은 홍보해야 한다. 그게 바로 뜨내기 투자자와 장기투자자의 차이”라고 말했다.

우량주 장기 투자로 미국 증시의 전설이 된 워런 버핏. 그는 ‘언젠가 팔 주식’이 아니라 ‘영원히 보유하고 싶은 주식’을 고른 뒤 그 회사의 주인으로 행동했다. 실적 부진의 책임을 물어 코카콜라와 질레트의 최고경영자를 경질한 것은 유명한 일화.

한국의 개인투자자들이 버핏처럼 회사의 주인 노릇을 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러나 그 회사의 가치에 투자하는 장기투자자라면 적어도 ‘나도 회사의 주인’이라는 마음가짐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지적.

▽보유 종목을 줄여라, 그리고 공부하라〓회사의 미래를 사는 투자, 즉 장기투자의 기본은 보유 종목을 줄이는 것. 싸고 좋아 보인다고 많은 종목에 투자하면 그 회사에 대해 제대로 알 수가 없다.

적어도 자신이 투자한 종목에 대해서는 경영자의 경력과 능력 및 매출 구조, 시장의 특성과 회사의 재무정책 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장영수 동부증권 기업분석팀장은 “단 몇 개의 종목이라도 투자자가 철저히 공부해 그 회사의 미래가치에 확신을 갖고 투자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름 외에는 회사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투자자가 그 회사 주식을 1년 이상 갖고 있는 것은 장기투자가 아니라 도박쪽에 가깝다고 그는 지적했다.

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