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이후 기업이 투자를 줄이고 내실경영을 하면서 기업의 자금부족 규모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또 기업은 투자재원을 외부에서 빌리기보다는 내부유보를 활용하려는 추세다.
한국은행이 12일 발표한 ‘기업의 자금부족 추이’에 따르면 한국기업의 자금 부족 규모(투자비에서 내부유보를 뺀 것)는 외환위기 직전 연간 60조∼69조원에 달했으나 1998∼2000년에는 30조원 안팎으로 절반가량 줄었다.
이에 따라 기업자금부족액을 국민총소득으로 나눈 기업자금부족률은 90년 15.9%에서 2000년 7.2%로 크게 낮아졌다. 그러나 미국(0.8%) 일본(-0.4%) 등에 비해서는 여전히 높은 수준. 이는 기업이 고도 성장기에 석유화학 자동차 철강 등 대규모 설비투자를 많이 했지만 내부유보가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었기 때문이다.
기업은 또 금융기관 차입을 줄이는 대신 주식 채권 등을 발행하거나 내부유보를 활용하는 쪽으로 자금 조달 방법을 바꾸고 있다.
기업의 차입금 규모는 97년 43조원에서 2000년 11조원으로 대폭 줄었다. 반면 기업의 직접금융 조달규모는 2000년 19조원에서 작년 40조원으로 늘어났다. 기업의 투자비 자급도는 40% 수준에 머물렀으나 외환위기 이후 저금리와 수익성 개선 등의 영향으로 60%선까지 증가했다. 그러나 미국(88.5%) 일본(102.9%) 등에 비해서는 아직 낮은 편.
강태중 한은 자금순환통계팀 차장은 “외환위기 후 기업이 확장 위주에서 생산성 중심으로 투자하고 매출보다 수익성 현금흐름 등을 중시하는 경영을 하면서 내부유보가 늘어나고 자금부족 규모도 줄어드는 추세”라고 말했다.
김상철기자 sckim007@donga.com
기업의 자금부족 규모 추이 (단위:조원)연도투자내부유보부족 규모1991 54.2 22.2 32.01993 63.4 28.3 35.11995100.3 41.4 58.91997104.0 44.0 60.01998 53.3 28.1 25.21999 79.0 51.7 27.32000 95.9 58.9 37.0자료:한국은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