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조흥은행장에 49세인 홍석주(洪錫柱·사진) 조흥은행 상무가 선임됐다.
조흥은행 행장추천위원회 안충영(安忠榮·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 위원장은 12일 “전날 명예퇴진 의사를 밝힌 위성복(魏聖復) 행장의 후임으로 홍석주 상무를 추천했다”고 발표했다.
조흥은행은 발표 직후 이사회를 열고 홍 상무를 행장으로 추대하기로 의결했다. 홍 상무는 29일 주총에서 등기이사로 선임되면 행장에 취임할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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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는 이날 또 정관개정을 통해 등기이사 이사회 회장직을 신설, 위 행장을 추대키로 했다. 이에 따라 ‘수렴청정(垂簾聽政)’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조흥은행은 행장 내정자 발표 후 이강륭(李康隆) 이완(李完) 두 부행장이 사의를 표시해 옴에 따라 홍칠선(洪七善) 상무를 부행장으로 내정했다.
은행권에선 이번 인사를 엄청난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홍 행장내정자가 일찍부터 ‘은행장 재목’이라는 평가를 받아왔지만 위 행장의 13년 후배로 ‘13년을 건너뛴’ 파격성 때문이다. 홍 내정자의 6년 선배인 한 간부는 “조흥은행 직원 7000여명 가운데 홍 상무보다 입행이 빠른 직원이 1000명에 이른다”고 말했다. 대규모 세대교체를 예고하는 대목. 홍 내정자는 이 같은 우려를 의식한 듯 “전문성이 중요할 뿐 나이는 상관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조직의 안정을 고려할 때 ‘젊은 행장’에 걸맞은 후속 인사는 불가피해 보인다는 것이 일반적 시각.
조흥은행 노조는 홍 상무의 행장내정에 대해 환영의 뜻을 밝혔다.
홍 내정자는 선임된 직후 기자들과 만나 미국 마틴 루터 킹 목사가 남긴 ‘내겐 꿈이 있다(I have a dream)’는 명구(名句)를 인용하며 “젊고 역동적인 은행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러나 40대 은행장의 행동반경이 제약될 수밖에 없다는 시각도 없지 않다.
조흥은행의 한 임원은 “1년 전까지 ‘은행장과 부장’이었던 전-현직 은행장이 어떻게 역할을 분담하느냐에 따라 신임 행장의 위상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은행의 다른 고위관계자는 “위 행장이 막판에 ‘홍석주 카드’를 강하게 밀어붙였다”고 말했다.
홍 내정자는 또 “현재 합병이 논의되고 있지는 않지만 3∼5년 뒤의 조흥은행을 생각하면 혼자만으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조흥은행이 정부지분을 팔고 민영화하는 과정에서 은행간 합병의 핵으로 떠오를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한편 전날 김경림(金璟林) 행장이 임기 1년을 남겨두고 “쉬고 싶다”며 사의를 표명한 외환은행은 29일로 예정된 주주총회 때 후임행장을 결정하지 않기로 했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행장추천위를 구성해 4월 말 임시주총에서 후임행장을 결정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