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은행(IBRD)의 하부기구인 국제투자공사(IFC)가 한국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에 초점을 맞춘 사모(私募)펀드에 투자한다.
IFC는 최근 이사회를 열고 취리히 스커더 인베스트먼트(ZSI)가 주간사를 맡은 1억5000만 달러 규모의 ‘한국기업지배구조 사모펀드’에 2000만달러 정도를 투자하되 기업지배구조를 개선하겠다는 약정을 맺고 관련 기업 주식을 매입하기로 했다고 재정경제부가 12일 밝혔다.
재경부 관계자는 IFC의 투자규모와 투자시기는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았으나 중견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기업구조조정, 기업지배구조개선, 중소기업 지원용으로 투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제 투자펀드가 국내 상장대기업의 지분을 사들여 의결권을 행사한 적은 더러 있지만 공공목적의 IFC가 기업지배구조 개선약정을 사전에 맺고 한국기업에 투자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IFC는 외환위기 직후인 98년 1월 한국경제 구조조정을 지원하기 위해 하나은행에 1억6000만달러를 투자한 것을 시작으로 2000년 말까지 모두 19개 사업에 9억3000만달러를 투자했으나 외환위기가 극복된 이후엔 일반 주식투자를 중단해왔다. ZSI와 IFC의 지배구조펀드는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면서 투자수익률을 높이는 다목적 포석으로 풀이된다.IFC가 기업지배구조 개선에 큰 관심을 보인 반면 국내 기관투자가들은 보유 주식의 주주총회 안건 중 반대의견을 낸 비중이 5.6%에 불과,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IFC는 개도국 정부나 정부 보증기관에 대해서만 투융자를 할 수 있는 세계은행의 설립 한계를 넘어 민간기업에 대해서도 투융자를 할 수 있도록 설립된 세계은행 산하기구다.
박래정기자 eco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