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여성작가 손국연의 누드 사진
북한 국적의 미술작가가 한국에서의 개인전을 위해 처음으로 내한한다.
현재 중국 베이징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여성 작가 손국연(43). 그는 설치 퍼포먼스 사진 등 현대적이고 전위적인 미술을 하는 작가라는 점에서 특히 눈길을 끈다. 북한 작가로는 거의 유일하다.
그는 15, 16일경 내한해 20일부터 4월7일까지 서울 종로구 관훈동 아트사이드에서 열리는 자신의 개인전을 둘러보고 퍼포먼스를 직접 보여준다. 이번 개인전은 아트사이드 윤재갑 큐레이터의 기획. 1996년 베이징의 한 전시회에서 손씨를 만난 윤씨는 그의 실험적이고 전위적인 미술을 국내에 소개해야겠다고 생각했고 수년간의 준비 끝에 지난달 정부의 허가를 얻어냈다.
손국연은 북한 국적이지만 중국에서 살고 있다. 북한 국적이기 때문에 서구에서의 미술 활동이 쉽지 않다. 그의 작품만 전시한다면 어려울 것이 없지만 설치 퍼포먼스작가인 까닭에 그가 직접 현장을 찾아야 하기 때문. 그러나 중국에서는 인정받는 작가다.
손국연의 집안 내력도 주목할 만한다. 그의 할아버지 손두환은 일제강점기 중국에서 무장 독립운동을 했던 인물. 광복과 함께 남한에 귀국했다가 월북해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최고위원과 초대 평양건설국 국장을 역임했다.
그의 아버지 손기종은 중국에서 태어나 항공전문학교를 마친 뒤 1931년 장제스 국민당 총통의 전용기 부기장이 된 인물.
중국에서 태어난 손국연은 대학에서 도서관학을 전공한 뒤 1980년대 중반 우연한 기회에 미술에 입문했다. 중국의 대외개방 분위기에 힘입어, 사회주의적 리얼리즘이 아닌 전위적인 미술에 심취해 독자적인 미감을 지닌 작품활동을 해왔다. 1998년 이후엔 하얀 설탕과 향수 유리병 화장품 등을 이용한 퍼포먼스와 설치미술 사진 등을 선보이며 중국 화단의 주목을 받았다.
특히 사진이 독특하다. 중년이 되어버린 자신의 신체에 하얀 설탕을 바르고 누드 상태로 사진을 찍는다. 젊음을 잃어버린 중년 여성의 신체와 감미로운 설탕이 어울리면서 중년 여성의 미에 대한 그리움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그것은 또한 여성의 아름다움을 소비하는 남성 중심의 시각에 대한 일종의 비판이기도 하다.
그는 고향인 쿤밍에서 매년 한두차례에 걸쳐 온몸에 설탕을 바르고 누드 촬영을 해오고 있다. 자신의 신체의 변화를 기록함으로써 신체의 미의 변화, 여성의 신체를 바라보는 남성 중심 시각의 변화를 추적하고 거기 담긴 사회적 의미를 탐구하려는 것이다.
손국연은 29일부터 열리는 광주비엔날레에도 참가해 자신의 작품을 전시할 계획이다.
이광표기자 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