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희망했던 전투기 조종사의 길은 접었지만 맡은 분야에서 아버지의 뒤를 이어 훌륭한 공군장교로 인정받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12일 공군사관학교 제50기 졸업 및 임관식장에서 박다현(朴多賢·23) 소위는 해외 근무 때문에 딸의 졸업식에도 참석하지 못한 아버지를 향해 이렇게 외쳤다. 박 소위는 현재 스위스 주재 무관으로 근무 중인 박동형(朴東馨) 대령의 딸. 공사 최초로 ‘보라매 부녀’가 탄생한 것이다. 박 대령도 72년 공사를 졸업했다. 박 소위는 98년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공사에 입교했다. 박 소위는 “아버지는 유달리 몸이 약했던 내가 생도생활을 견디기에는 무리라며 입교를 극구 만류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 소위는 4년간의 생도생활 내내 우수한 성적과 모범적인 생활로 주위의 걱정을 말끔히 씻었다. 박 소위는 “아버지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남에게 지지 않으려고 노력한 결과”라며 웃었다.
생도 시절 대대장을 맡기도 한 박 소위는 “찌는 듯한 무더위 속에서 받았던 낙하산 강하훈련의 짜릿한 순간을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 임관식에선 박 소위를 포함해 19명의 여성 공군 소위가 탄생했다.
윤상호기자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