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 출마했던 김근태(金槿泰) 상임고문이 12일 “아름다운 꼴찌로 기억되고 싶다”며 후보직과 당직을 동시에 사퇴함으로써 초반부터 혼선 양상을 보였던 경선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그가 후보 사퇴를 결심한 것은 2000년 전당대회 경선자금을 ‘고백성사’한 이후 당 안팎의 비판여론이 높아진 데다 제주 울산지역 경선에서의 득표율이 기대 이하로 저조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는 두 지역 경선 결과를 보고 고심하다 12일 이재정(李在禎) 의원을 비롯한 핵심 측근인사들과 협의한 뒤 결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의 후보사퇴는 개혁성향 후보들의 연대 움직임에 기폭제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다. 그는 ‘사퇴의 변’에서 ‘개혁후보 단일화’라는 표현을 쓰지는 않았지만 “민주당의 정체성과 정통성을 확립하고, 정권재창출을 이룰 수 있는 훌륭한 후보가 탄생하길 진심으로 기원한다”고 우회적으로 자신의 심중을 드러냈다.
김 의원과 노무현(盧武鉉) 정동영(鄭東泳) 후보를 대상으로 개혁후보 단일화를 주장해왔던 소장파 의원들도 김 의원의 사퇴를 계기로 후보 단일화 압력을 강화할 태세다.
김 의원의 후보사퇴에 대해 노 후보 측은 “결국 우리쪽으로 세가 모일 것”이라며 크게 환영하는 반응을 보인 반면 정 후보 측은 자칫 ‘후보 단일화 압력’이 밀려올 가능성을 의식해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였다.
김 의원은 이날 회견을 마친 뒤 상기된 표정으로 “마음이 비통해 일문일답을 받지 않겠다”며 회견장을 떠났다. 대신 경선대책위원장이었던 이재정 의원이 김 의원의 심경을 전했다. 다음은 이 의원과의 문답 요지.
-사퇴이유는….
“2000년 최고위원 경선 때 불법 선거자금을 썼다는 고백성사가 본의와 달리 왜곡되게 받아들여져서 부담을 느꼈다.”
-고백성사의 성과는 있었다고 보나.
“정치자금에 대한 제도적인 개혁조치가 발표되는 등 정부도 완전한 선거공영제를 논의하고 있다. 지금 이 시점이 사퇴를 단행할 적절한 시점이라고 판단했다.”
-다른 후보를 밀 생각이 있나.
“좀 더 시간을 두고, 여유를 가지고 각 지역의 동지들과 협의해 방향을 설정하겠다.”
-개혁후보단일화론에 대한 입장은….
“당의 발전과 국민의 정부 개혁정책을 계승할 수 있는 결과를 가져와야 한다.”
김 의원의 후보 사퇴 후 다른 후보들은 “김 의원의 정신을 이어 받아 끝까지 국민참여경선제를 지켜나가겠다”는 내용의 논평을 냈다.
윤영찬기자 yyc11@donga.com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