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간의 힘겨운 전쟁이 끝났다.”
임창열(林昌烈) 경기 지사의 알선수재 혐의 재판에 대해 대법원이 유죄 취지의 상고심 판결을 내린 12일 임 지사를 수사했던 한 검사는 이렇게 말했다.
이 검사의 말처럼 ‘임 지사와의 승부’는 수사 초기부터 재판에 이르기까지 반전에 반전을 거듭했다.
1999년 초 인천지검에서 수사할 당시 수사팀에는 유형 무형의 ‘내압’과 ‘외압’이 가해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임 지사는 정권 핵심의 신뢰와 지원을 받고 있었고 여권 관계자들이 임 지사를 면회하기도 했다.
그러나 수사팀은 안팎의 압력을 뿌리치고 임 지사를 구속기소하는데 성공했으며 일부에서는 ‘일선 검사들의 성공한 쿠데타’라는 얘기도 나왔다.
1심 재판에서는 검찰의 공소 사실이 대부분 받아들여졌고 형량도 지사직 상실에 해당하는 징역형(집행유예)이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지난해 4월 검찰의 기소와 1심 판결을 뒤집고 무죄판결을 내렸으며 검찰이 판결 내용을 격렬히 반박함으로써 파란이 일었다.
항소심 재판부는 “검찰이 (수사에 대한) 지나친 정열을 가져 객관적 사실을 간과했다”고 검찰 수사의 잘못을 지적하면서 “정열이 지나치면 못생긴 여자도 예쁘게 보이는 법”이라고 말했다.
이에 맞서 검찰은 “귤(뇌물)이면 귤이고 탱자(정치자금)면 탱자지 귤을 탱자라고 할 수는 없으며 퇴출 직전의 은행장이 한가로이 정치자금을 제공했다고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런 논란은 대법원이 유죄 취지로 항소심 판결을 깸으로써 최종 승부가 갈렸다. 대법원 관계자는 “대법원 판결 내용이 확고한 유죄 취지여서 파기 환송심에서 다시 뒤바뀔 여지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대법원 판결의 핵심은 검찰에서의 자백을 어떻게 판단할 것이냐는 문제였다. 항소심은 “임 지사의 자백은 검찰의 강요와 임 지사의 자포자기에서 비롯된 것으로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자백이 법정에서의 진술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신빙성을 의심할 것은 아니며 자백의 동기와 경위, 모순점 등을 고려해 합리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임 지사가 구속영장 발부 전부터 변호인의 도움을 받은 것 등에 비춰볼 때 자백의 신빙성이 인정된다고 대법원은 밝혔다.
이수형기자 so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