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아태평화재단의 비리 및 국정개입 의혹을 이유로 재단 해체 및 재산의 ‘국고 환수’를 요구하고 나서면서 재단이 그동안 어떻게 운영돼 왔는지, 현재 자산은 얼마인지 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까지 아태재단은 스스로 수입 및 운영 명세를 공개한 적은 없다. 다만 지난해 초 외교통상부에 보고된 결산서에 따르면 재단이 94년 설립 이후 2000년까지 7년 동안 거둔 후원금 등 각종 수입 총액은 213억여원. 또 2000년 현재 기준으로 총 자산은 66억원으로 나타나 있다.
수입 항목을 보면 후원회를 통한 모금이 133억4363만원을 차지했고 이어 △10만원짜리 쿠폰 판매 수입 48억6349만원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사재(私財) 출연금 15억4018만원 △찬조금 12억6187만원 △연구활동 후원금 3억원 등이었다.
특히 정권교체 이전에는 후원회를 통한 모금과 함께 10만원짜리 쿠폰 판매를 병행했으나 98년 이후에는 쿠폰 발행을 중단했기 때문에 후원회 후원금만 계산하면 96, 97년 10억원 안팎에서 98년 28억7186만원으로 전년도에 비해 3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재단은 지난해에도 20억원 이상의 후원금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관계자는 12일 “20억원이 좀 넘을 것이다. 그 명세는 올 2월말 외교통상부에 보고했다”며 “구체적인 액수를 밝히기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따라서 지난해 후원금 수입까지 합하면 94년 이후 재단의 총 수입은 233억원 이상이 되는 셈이다.
이와 관련해 한나라당 측은 “김 대통령의 퇴임 후를 대비한 제2의 일해재단”이라며 재단 수입의 상당 부분은 후원금을 가장한 ‘정치헌금’이라고 비난하고 있고 재단 측은 “자발적인 소액 다수 후원자들의 후원금으로 재단을 운영해 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재단 관계자들은 적립금은 바닥난 상태라고 설명하고 있다. 김 대통령의 동교동 사저 바로 옆 384평 부지에 새 건물을 짓는데 부지 매입비와 건축비를 합쳐 모두 90억원 가까이 들었으며 지난해까지 사용해 온 건물 임대료, 직원 인건비, 국제 국내 학술세미나(연 1회 이상 개최), 학술지 발간 등에 매년 20억원 정도 지출했다는 것이다. 또 건물을 짓는데 20억원가량 대출을 받았다는 게 재단 측 설명이다.
이 같은 재단 측 설명에 따를 경우 국고환수의 대상은 새 건물과 부지가 전부이며 이를 돈으로 환산하면 은행 빚 20억원을 빼고 70억원가량 되는 셈이다.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