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고(長考)를 거듭하던 김혁규(金爀珪)경남지사가 11일 지사 출마를 선언,1년여간의 ‘대권 안개행보’에 마침표를 찍었다.
김지사는 회견문에 도민과 한나라당에 대한 애정을 듬뿍 담았다. 당 공천이 여의치 않은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보였다.
또 도민 여론과 정서를 여러차례 거론했다.그는 “개인적으로는 별 의미가 없지만 세계일류 도정의 정착을 위해 한번 더 맡아달라는 강력한 여론이 있다”고 밝혔다. 며칠전 김영삼(金泳三) 전대통령의 상도동 자택을 다녀온 뒤에도 “도민들의 정서를 종합해 재출마를 굳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가 어떤 방법으로 여론을 수렴했는지, 얼마나 많은 도민들이 출마를 요구하고 있는지는 구체적으로 알 수 없다. ‘사업의 마무리’나 ‘주민정서’ 운운하는 대목은 구정치인의 행태와도 닮았다.
김지사는 “한나라당이 공천할 것으로 믿으며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상황은 오지 않을 것”이라는 희망을 거듭 피력했다. 이 때문에 도지사 경선참여를 선언한 인사로부터 “공천 구걸행위를 중단하고 경선에 나서라”는 직격탄을 맞기도 했다.
그가 상도동에 의지하는 듯 하거나, 중앙정치권을 기웃거리며 주판알을 퉁기지만 않았어도 그의 선택은 순수성을 의심받을 필요가 없었다.
김지사가 무난하게 공천을 받고 3선에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이번에 당선된다면 임명직까지 포함해 12년 반을 재임하게 된다.
물론 ‘김혁규 도정(道政)’에 호감이 간다는 도민들도 있다. 교체 여론 역시 녹록치 않다.
다만 상당수 공무원과 주민들은 ‘고인물은 썩는다’는 평범한 진리에 주목하고 있다.
창원=강정훈기자 man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