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전투기(FX) 사업과 관련해 프랑스 다소사의 국내 대행사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최근 구속된 조주형 공군 대령(49)은 “국방부 고위층에서 수차례에 걸쳐 미국 보잉사의 F15K에 유리한 지시를 내렸다”고 주장한 것으로 12일 알려졌다.
조 대령은 구속 전날인 8일 육성 녹음해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에 넘긴 테이프에서 “지난해 1월 초 해외시험평가결과를 보고하는 자리에서 사업의 총괄책임자인 최모 실장이 ‘만일 F15K가 탈락하면 미국이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할 수 있어 큰일’이라고 언급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는 것.
그는 또 테이프에서 “지난해 4월 최 실장이 국회제출용 보고서의 검토 과정에서 F15K에 통합전자장비 기능 등이 없다는 내용을 삭제할 것을 지시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지난해 공군시험평가단장을 지낸 신모 소장은 “모든 보고 자리에 조 대령과 함께 참석했지만 그런 내용은 금시초문”이라고 말했다.
공군시험평가단 부단장을 지낸 조 대령은 최근 FX사업에 대한 군 고위층의 외압설을 제기한 뒤 군사기밀 누설 및 금품수수 혐의로 구속됐다.
한편 프랑스 다소사의 대변인은 12일자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조 대령과 다소사는 아무 관련이 없다”며 “이번 사건은 라팔이 미국 보잉사의 F15K를 제치고 최고 기종으로 결정되는 것을 시기한 누군가에 의해 조작된 것으로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다소사의 이브 로빈스 국제담당 부사장도 11일 AFP와의 인터뷰에서 “(FX 사업과 관련해) 우리는 어느 누구에게도 뇌물을 주거나 뇌물을 전달하도록 요청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윤상호기자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