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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 전략포인트]실패사례로 배우는 소자본 창업 노하우

입력 | 2002-03-13 17:28:00


‘매일매일 계속되는 야근, 상사로부터 받는 스트레스. 더 늦기 전에 무언가 일을 저질러야 할텐데….’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탈출’을 생각해본다. 그리고 나만의 무언가를 시작해 새로운 인생에 도전하고픈 욕망도 느낀다. 잘만하면 큰 돈을 벌 수 있을 것 같은 계산법도 늘 함께 한다. 희망은 언제나 푸른 빛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돈 벌기만큼 어려운 것도 없는 법. 복병은 생각지도 못한 곳에 도사리고 있다가 창업자들의 주머니를 쓸어가 버린다. 성공의 길에는 항상 도처에 함정이 있어 꼼꼼하고 치밀한 계획 없이는 무사통과가 불가능하다.

특히 창업자들은 시대의 흐름을 읽는 눈을 갖춰야 한다. 흔히 예비 창업자들은 ‘요즘 어떤 사업이 잘 되는가’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뜨는 업종 중엔 반짝 사업이 많고 유행이 끝나면 사업도 끝나기 때문에 위험성도 그만큼 높다. 과거 탕수육전문점, 조개구이전문점 등이 대표적 실패 사례다. 안목을 키워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좋은 점포 입지가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A기업에 10년째 근무하던 이기준씨(가명·38)는 획일적인 조직 생활에 염증을 느껴 ‘사표’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물론 그의 ‘과감함’에는 창업이라는 든든한 ‘배경’이 있었다.

선택한 아이템은 바로 ‘크레페’. 그는 출퇴근 때 이화여대 부근을 지나가며 학생들이 크레페를 들고 다니며 먹는 것을 자주 목격했다. 5평 가량의 크레페 판매대에는 학생들이 끊이지 않았다. 어림잡아도 하루 매출이 20만원은 넘어 보였다.

이씨는 결국 크레페 전문점을 창업했다. 사표를 던진 후 이씨는 젊은이들로 북적이는 서울 강남역 부근에 점포를 차렸다. 투자금액은 권리금 1억1000만원을 포함해 총 1억4000만원.

고객들의 반응도 괜찮았다. 점포는 항상 손님들로 북적였다. 대박의 조짐이 보였다. 하지만 이씨는 첫달 매출을 계산해본 뒤 깜짝 놀랐다. 매출이 겨우 300만원에 불과했던 것. 적어도 투자비의 4% 수준인 700만원 이상의 매출을 매달 올려야 수지가 맞는 장사였다.

‘도대체 이유가 뭘까….’예비 창업자들이 한 프랜차이즈 박람회에 나선 업체의 아이템을 유심히 둘러보고 있다. 이 사진은 기사내용과는 무관함.

이씨는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결론은 크레페 가격이 너무 낮다는 것. 매장은 손님으로 가득했지만 2000원짜리 크레페 한 개를 팔아서는 이윤이 얼마 남지 않았던 것이다. 길거리 간식 거리로 비싸게 팔 수 없는 아이템을 거액을 들여 전문 매장까지 차린 것이 문제였다. 결국 이씨는 뾰족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창업 6개월 만에 가게문을 닫고 말았다. 점포의 입지도 좋았고 아이템도 그럴듯했지만 결국은 실패의 쓴맛을 보고 말았다.

명심해야 할 것은 좋은 입지가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점. 대학로나 신촌, 종로 등 ‘ 1급지’에서도 한달에 간판 바뀌는 일이 숱하게 벌어진다. 점포 사업에 입지 조건이 중요하긴 하지만 성공 보증수표는 아닌 셈이다. 목 좋은 장소를 찾다보면 무리한 투자가 따라 투자 수익률을 맞추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아이템 선정에서부터 신중을 기해라〓보험회사를 다니다 퇴직한 김명옥씨(가명·38·여)는 1997년 중산층이 많은 서울 신림동 신림전철역 주변에 미국프로농구(NBA) 캐릭터 전문점을 오픈했다. 당시 길거리 농구대회가 유행하고 농구황제 마이클 조던이 청소년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을 때라 NBA 캐릭터사업은 성공을 보장해 줄 것으로 김씨는 확신했던 것.

하지만 그의 예상은 빗나가고 말았다. 캐릭터 사업의 가장 큰 특징은 유행 리듬이 매우 빠르다는 점. 매일 매일 새로운 캐릭터가 쏟아지고 청소년들의 기호도 그에 맞춰 시시각각으로 변해간다는 사실을 미처 생각하지 못한 채 거금을 쏟아부은 것이다.

결국 6개월 뒤부터는 손님들의 발길이 뜸해졌고 그는 창업 1년 만에 점포를 내놓아야 만했다. 부동산에 점포를 내놓고 새 주인을 찾을 때까지 기다려야 했던 3개월의 시간은 김씨에게 큰 고통을 요구했다.

전문가들은 유행을 타는 단기 인기 상품을 전문 판매하기 보다 액세서리, 가방, 완구류, 음반 등 다양한 상품을 함께 판매해 캐릭터 용품의 매출이 떨어질 때를 대비했어야 했다고 조언한다. 특히 일시적 유행 상품을 창업 아이템으로 선정했을 때는 주력 아이템을 판매하는 기간을 단기로 잡고 인기가 최고조에 이를 때 빨리 다른 아이템으로 바꿔야 성공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프랜차이즈 본사가 부실하면 성공 확률도 낮다〓대기업 영업사원이었던 최강호씨(가명·36)는 1998년 신문 광고면에 자주 등장했던 일본식 음식 전문 프랜차이즈 업체에 가맹점으로 가입했다. 특별한 사업 경험이 없었기에 본사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프랜차이즈가 제격이라고 판단했던 것. 본사는 점포도 물색해 주고 조리기계도 구해줬다. 하지만 얼마 가지 않아 본사의 부실함은 사업을 어렵게 만들기 시작했다.

요리의 핵심인 일본식 소스를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바꿔야 했지만 본사는 아무런 대응 없이 가맹점 확보에만 열을 올렸다. 또 계약 당시에는 새로운 메뉴를 지속적으로 개발해 주겠다고 약속했지만 몇 달이 지나도 추가 메뉴가 개발됐다는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다. 최씨는 이웃 주민들이 요구하는 감자탕, 삼계탕 등 전문성 없는 메뉴를 만들기 시작했고 점차 손님들의 발길도 뜸해지기 시작했다. 결국 김씨는 창업 1년반 만에 가게를 정리하고 말았다.

▽무리한 설비 투자는 실패의 씨앗〓중견기업 관리직 출신인 정철희씨(가명·45) 부부는 1998년 즉석에서 두부를 만들어 파는 점포를 냈다. 당시 즉석두부 사업은 신문광고에도 자주 등장했고 박람회 등에서도 관심을 모은 아이템이었다. 특히 두부는 식탁에 자주 등장하는 품목인데다 식료품점, 일반 식당 등에 거래처를 뚫으면 사업성이 높을 것으로 정씨는 판단했다.

하지만 사업규모에 비해 무리한 투자비가 화근이 됐다. 기계값 2500만원과 점포 임대보증금 등을 포함해 8000만원을 투자했지만 단가가 낮은 두부의 매출은 고작 하루 평균 7만원 정도에 그쳐 인건비를 빼기도 쉽지 않았다. 정씨 부부는 영업에도 익숙지 않아 대형거래처를 확보하는 데도 실패했던 것이다. 결국 정씨 부부는 사업 7개월 만에 문을 닫았고 기계는 식품제조업자에게 150만원에 팔렸다.

박정훈기자 sunshade@donga.com

박형준기자 love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