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고도 이 나라에 15만명의 경찰이 있다고 말할 수 있는가. 일주일 새 전국에서 세 차례나 무장강도가 은행과 현금수송 차량을 습격해 국민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작년 12월부터 따지면 5건의 무장강도 사건이 발생했으나 경찰은 아직까지 한 건도 완전하게 해결하지 못했다. 이러다간 총기 범죄가 일상사가 되는 것이 아닌지 걱정된다.
이팔호(李八浩) 경찰청장은 취임 후 “도둑 잡는 게 경찰”이라며 민생치안에 진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도 강도가 활개치고 있으니 청장은 누구 들으라고 그런 말을 했는가. 유감스럽게도 총수의 말이 겉돌 만큼 경찰의 기강이 해이해졌다는 증거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무장강도를 잡기 위해 경찰이 총력을 기울여야 할 정도로 상황이 심각한데도 수원에서는 경기경찰청장의 강아지를 찾기 위해 형사들이 집집마다 ‘탐문수사’를 하는 한심한 작태가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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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이번 사태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각성해야 한다. 금융기관의 허술한 방범대책이 ‘시리즈 무장강도 사건’의 한 원인이기는 하다. 12일 전북에서 발생한 농협 강도사건은 폐쇄회로(CC)TV에도 녹화되지 않았다. 범인이 경찰과 경비용역업체 직원이 출동하기 전에 도주할 정도로 재빠른 것도 사건 해결을 어렵게 한다. 그러나 경찰은 이를 책임회피용으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것이 경찰의 임무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범인이 뛴다면 경찰은 난다’는 각오로 대처해야 한다.
경찰은 금융기관에 집중된 범죄를 예방하지 못한 잘못과 범인을 빨리 검거하지 못하는 무능에 대한 책임을 묻고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 또 불법총기 단속도 강화해야 한다. 그러나 더욱 시급한 것은 범인 검거다. 빨리 범인을 검거해야 모방범죄도 막을 수 있다.
현재와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70여일 앞으로 다가온 월드컵을 불안 속에서 맞을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