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세 대상 어린이 프로그램 ‘방귀대장 뿡뿡이’(월∼목 오후 4·50)의 PD를 하면서 “어떻게 하면 뿡뿡이에 아이를 출연시킬 수 있느냐”는 질문을 가장 많이 듣는다.
매년 1000여통의 오디션 신청서가 접수되나 정작 출연자 수는 10명 정도다. 오디션을 통과한 아이의 엄마는 마치 세상의 모든 것을 얻은 양 기뻐한다.
‘뿡뿡이’에 출연하는 어린이들은 정말 어려서부터 신동끼를 보이는 천재들일까? 절대 그렇지 않다. ‘뿡뿡이’는 오로지 놀기 위한 프로그램이다. 그렇기 때문에 ‘뿡뿡이’에 출연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덕목도 ‘매우 잘 놀아야 한다’다. 얼굴이 잘 생길 필요도 없으며 집이 가난해도 상관없다. 한글은 알 필요도 없고 예의 바르지 않은 아이라도 괜찮다. 그러나 한가지 조건은 있다. ‘지치지 않고 잘 놀 수 있어야 한다’는 것.
TV에서 ‘방귀대장 뿡뿡이’를 보고 엄마들은 ‘저렇게 아이들이 즐겁게 잘 노니 우리 아이도 출연시키면 저렇게 잘 놀겠구나’ 생각하고 오디션 원서를 내지만, 알고 보면 ‘뿡뿡이’에 나오는 아이들의 체력은 거의 슈퍼맨 급이다.
한번 녹화에 들어가면 5시간을 넘기기 일쑤다. 뜨거운 조명 아래에서 5시간을 넘기다 보면 레슬링 선수도 지치게 돼 있다. 그러나 ‘뿡뿡이’에 나오는 어린이들은 이 시간 내내 지치지 않고 녹화를 해 낸다. 간혹 코를 흘리기도 하고 오줌이 마렵다는 아이는 PD가 직접 코를 닦아주기도 하고 화장실로 데려가기도 한다. 그러나 ‘문제’가 해결되는 즉시 아이들은 즉시 본연의 모습, ‘방귀대장 뿡뿡이’의 ‘바람잡이’로 돌아온다.간혹 오디션이 끝나고 ‘우리 아이가 왜 탈락했는지’ ‘혹시 우리 아이의 능력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좌절하며 제작진에 문의를 해 오는 엄마가 있다.
아이들은 모두 다른 색깔과 능력을 갖고 있다. ‘5시간 이상 잘 놀아야 한다’는 한 가지 잣대로 아이들을 판단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방송을 만드는 PD로서 답답할 때도 있다. 정말 밝고 명랑하며, 친구들과 잘 사귀고 잘 노는 아이인데도 단지 5시간 이상 잘 놀지 못할 것 같다는 이유로 탈락시킬 때 그렇다.
지난해 9월부터 ‘뿡뿡이’에게는 장애아친구 두 명이 생겼다. 한 친구는 다운증후군 또 한 친구는 발달장애를 안고 있으나 이들의 체력이 허락하는 한 가급적 매일 출연시키려고 노력한다. 애초 이들을 방송에 출연시키기까지 많은 고민이 있었다. 힘든 녹화를 잘 해줄 수 있을지, 기꺼이 장애아를 출연시키겠다는 부모가 있을지. 어렵게 친구들을 설득해서 결국 출연하게 됐는데, 이 친구들의 부모는 며칠을 두고 힘든 고민을 했다.
‘장애’라는 한 글자 때문에 프로그램 출연을 놓고 한 쪽에서는 100대 1의 경쟁률이 생기기도 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며칠씩 고민을 하기도 하는 현실. 그러나 막상 녹화장의 어린이들은 ‘장애’라는 말 조차 모른다. 이들에게 구별의 기준으로 ‘장애’를 심어주는 것은 어른과, 어른들이 멋대로 만드는 방송이 아닌가 싶다.
정작 중요한 것은 ‘장애’가 아니라 몇시간씩 신나게 놀 수 있는 ‘끼’라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남선숙 EBS ‘방귀대장 뿡뿡이’ 담당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