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부, 식당종업원, 어시장 점원이 커리어 우먼으로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적어도 드라마에서는 거의 100%에 가깝다.
최근 ‘또순이’들의 성공담을 주제로 한 드라마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종영한 MBC ‘그 햇살이 나에게’와 후속으로 방영 중인 ‘선물’, SBS ‘명랑소녀 성공기’ ‘유리구두’, 25일 시작하는 KBS2 ‘햇빛 사냥’까지 무려 다섯 편.
‘명랑소녀…’에서는 고졸 출신 가정부가, ‘유리구두’에서는 식당 종업원이, ‘햇빛 샤냥’에서는 무작정 상경한 리조트 종업원이, ‘그 햇살이…’에서는 어시장 점원이, ‘선물’에서는 고아출신 여성이 성공가도를 달린다. 이 드라마들의 구조는 대개 비슷하다. 주인공은 능력과 외모를 겸비한 멋진 남성과 사랑에 빠지고 그 반대편엔 주인공을 시기 질투해 이들의 사랑을 방해하는 악녀가 존재한다.
‘명랑소녀…’의 장나라-장혁-한은정, ‘선물’의 송윤아-손지창-김지영, ‘그 햇살이…’의 김소연-류시원-유선, ‘유리구두’의 김현주-한재석-김민선 등이다. ‘햇빛 사냥’에는 외국에서 보석디자인을 전공하고 돌아온 부잣집 아들로 지성이 출연한다.
이같은 ‘신데렐라’ 이야기는 드라마의 고전적 주제. 방송 드라마에서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이유는 이것이 주 시청층인 20, 30대 주부들에게 대리 만족을 주기 때문. 1994년 MBC ‘사랑을 그대 품안에’와 97년 MBC ‘별은 내 가슴에’가 그 전형적인 예로 방송 당시 높은 시청률을 거뒀다. 78년 작품을 리메이크한 99년 SBS ‘청춘의 덫’은 22년 전보다 더 큰 흥행을 거둬 ‘신데렐라’ 스토리가 시대를 초월한 흥행코드임을 증명했다.경기 침체로 인한 젊은이들의 실업률 급증도 이같은 드라마 유행의 한 요인으로 꼽힌다. 특히 한국에서 여성은 사회적 약자로 설정돼 있어 남성의 성공담보다 더 극적으로 그려낼 수 있다.
또 가난한 여성과 부잣집 남성의 사랑은 그 반대의 경우보다 훨씬 로맨틱하게 묘사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아직 한국 사회에서는 가난한 남성이 부잣집 여성과 결합하면 ‘못난 놈’으로 치부되기 십상이다.
그러나 이같은 드라마는 소재가 비현실적이고 진부해 시청자들을 세련되게 흡인하는 게 관건. SBS ‘순자’ ‘그래도 사랑해’ KBS2 ‘귀여운 여인’ 등은 현실과 비현실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다가 시청자들의 큰 관심을 끌지 못했다.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