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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마당]김이환/국가신인도 제고에 온힘 쏟자

입력 | 2002-03-13 18:22:00


최근 국제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B등급 중 가장 높은 Baa1으로 올릴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이같이 올리더라도 외환위기 전의 A1에 비해선 여전히 3단계나 낮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와 무디스 등 세계 3대 신용평가기관 중 가장 먼저 한국의 신용등급을 BBB+로 올린 피치(Fitch)도 3월 중 한국을 다시 방문해 국가신용등급 재평가에 나선다고 한다.

국가신용등급은 한 나라의 부채상환 능력을 계량화해 표시한 것으로 해외 투자자들에게 국가에 대한 투자 척도를 제시해 금리를 결정하는 기준으로 사용된다. 신용등급이 한 등급 오를 때마다 차입금리는 대체로 0.35%포인트 정도 내려가기 때문에 부채가 많은 국가일수록 신인도 향상으로 인한 수혜가 크다.

한국의 경우 매년 5억달러 이상의 차입 비용이 절감된다고 한다. 또한 해당 국가의 국책은행과 시중 우량은행 및 우량기업의 신용등급이 자동적으로 올라가면서 더욱 쉽게 외국인 투자를 끌어들일 수 있다. 이와 함께 유리한 이자율로 해외에서 돈을 빌림으로써 기업의 해외자본 조달비용이 크게 감소한다. 해외 수출 시장 개척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이다.

현재 한국의 신용등급인 Baa2는 원리금 상환 능력은 적정하지만 장기적인 불안요인이 있다는 것으로, 투자 적격으로 분류되는 등급 중 끝에서 두 번째다. 이러한 한국의 낮은 국가신용등급은 국내 우량기업들에 적지 않은 손실을 입히고 있다. 삼성전자 포항제철 등 세계적인 규모와 기술력을 가진 기업들도 단지 ‘한국 기업’이라는 이유만으로 푸대접을 받는 경우가 허다하다.

2000년 삼성전자는 일본의 소니보다 35배가 넘는 47억6700만달러의 순이익을 거두었지만 무디스와 S&P가 부여한 신용등급은 간신히 투자적격에 턱걸이한 Baa2와 BBB-였다. 아무리 실적이 좋고 기업 전망이 밝아도 국가신용등급 이상은 받을 수 없다는 평가 원칙 때문이다.

정치 사회의 안정이나 문화의 다양성 등도 ‘국가 브랜드’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경제 구조조정이 호평받고 국가 신인도가 개선되어도 고성이 오가는 국회의원의 멱살잡이나 파업으로 인한 시민들의 불안한 표정 등이 외국의 언론매체를 통해 보도되는 순간 국가 이미지에 찬물이 끼얹어진다. 최근 영국, 벨기에, 폴란드 등 유럽 국가들이 국가 이미지 관리팀을 신설하고 홍보 프로그램 마련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도 브랜드 자산이 없는 나라들은 국제사회에서 존립하기 어렵다는 엄연한 현실 때문이다.

국가 이익과 직결되는 국가신인도 향상이나 국가 브랜드 제고를 위해서는 다원적이고 체계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특히 올해 한일 양국에서 개최되는 월드컵경기대회와 부산 아시아경기대회는 한국이 21세기 세계 일류국가로 부상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 세계인에게 한국의 문화역량을 보여줌으로써 국가 이미지를 한 단계 높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아닌가.

김이환 아남반도체 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