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처럼 의리있게 살았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살아 있는 소가 동화책의 주인공으로 등장했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경상북도 상주시 사벌면 묵상리에 살고 있는 한우 누렁이 입니다”로 시작되는 이 동화는 누렁이와 이웃할머니, 마을주민과의 이야기를 정감 있게 담고 있다.
‘할머니 산소를 찾아간 의로운 소 누렁이’를 펴낸 대구시교육청 기획예산과 심후섭(沈厚燮·51·사진) 장학사는 “누렁이의 첫 인상은 매우 인자로웠다”고 말했다.
92년부터 이 마을 임봉선 할머니(68) 집에 살고 있는 누렁이는 이웃인 김보배 할머니(당시 83세)가 94년 세상을 뜨자 마을에서 6㎞ 떨어진 골짜기에 있는 무덤을 찾아가 눈물을 흘렸다고 주민들은 전했다.
몸이 불편했던 김 할머니는 누렁이를 자주 찾아가 먹이를 주고 쓰다듬어면서 많은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마을 주민은 누렁이의 정을 갸륵히 여겨 마을 입구에 ‘의로운 소’ 비석을 세우기도 했다.
“소는 예로부터 생구(生口)라고 합니다. 식구에 버금갈 정도로 소는 사람들과 가까웠다는 것이지요. 훌륭한 황소를 ‘특(特)’이라고 하는데 소와 관계있는 말입니다. 여기서 ‘특별’이라는 말도 생겼고요. ‘희생’이라는 말도 소와 관계있습니다. 소가 사람에겐 예사 동물이 아니라는 하나의 증거입니다.”
고향인 경북 청송에서 고등학교를 마칠 때까지 소를 기르며 농사를 지었다는 심 장학사는 “은혜를 잊지 않고 의리를 지키는 누렁이의 모습은 우리에게 교훈을 준다”고 말했다.
대구〓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