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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속의 에로티시즘]佛여성복 브랜드 '쿠카이'

입력 | 2002-03-14 16:00:00


아담(adam)은 히브리어로 사람을 뜻하는 고유명사라 한다. 달리 말해 애당초 여자는 사람의 범주에 속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드디어 나타났구나! 내 뼈에서 나온 뼈요, 내 살에서 나온 살이로구나! 여자라고 부르리라, 남자로부터 나왔으니(Woman is her name because she was taken out of man).” 성경에도 나타나 있듯이 여자는 아담이란 남자의 연장(extension)인 셈이다. 어떻게 보면 성경이야말로 페미니스트들이 질타해 마지않는 가부장적인 신화의 정점에 있다 할 수 있다.

페미니즘에 대한 논란은 영화나 소설, 대담이나 논쟁 등을 통해 상당히 진전돼 왔다. 광고에서도 행주치마를 두르고 가족을 보살피는 현모양처의 이미지가 사라진 지 꽤 되었다. 자기자신의 발전을 꾀하는 커리어 우먼의 이미지가 광고 화면과 지면을 도배하기 시작한 것은 페미니즘의 논리가 논쟁에 머물지 않고 우리 일상에 파고 들었음을 입증해 주는 사건이라 할 수 있다.

프랑스 여성 의류 브랜드 쿠카이(KOOKAI)는 광고를 통해 급진적인 페미니즘을 외치는 것으로 유명하다. 브랜드 심볼인 벼락 맞은 남자의 모습에서도 알 수 있듯이 쿠카이는 당찬 여성들을 위한 의류란 컨셉트를 과장되게 상징화한 제품이다. 일관된 형태의 시리즈로 제작되고 있는 이 광고는 여성에게 노리개 취급 당하는 남성을 주요 표현 형식으로 삼고 있는데 그 중 에로티시즘을 표현 수단으로 접목시킨 광고는 파격적이다.

첫번째 광고에는 여성의 작은 수영 팬티 사이로 드러난 체모를 깎는 남자가 등장한다. 잔디 깎는 하인으로 표현된 남자는 마치 걸리버 여행기의 소인처럼 크기가 줄어들어 있다. 또 한편의 광고에선 해변가에서 선탠을 즐기는 여성의 벌거벗은 상체에 선탠 크림을 발라주는 남자들이 등장한다. 두 광고 모두 남성이 여성의 미묘한 부분을 건드리는 성적 코드를 활용함으로써 남자를 부리는 쾌감과 성적 쾌감을 교묘하게 병치시키고 있다. 남자가 성적 노리개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극도로 축소된 남자를 통해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노리개란 손 안에 쥐고 흔들 수 있는 크기여야 하지 않던가.

성경 구절의 예에서 보았듯이 우리는 언어를 통해 문화의 구조를 밝힌다. 화석을 통해 당시 생물군의 양상을 그리는 것과 마찬가지다. 현상을 통해 본질에 접근하는 이 같은 방법은 광고의 분석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쿠카이 광고의 이미지를 통해 우리는 역 차별을 통쾌하게 드러내는 페미니즘의 양상을 읽을 수 있다. 광고가 당대 문화를 판독케 하는 가장 기본적인 텍스트로 자리잡고 있다.

김 홍 탁

광고평론가·제일기획 크리에이티브디렉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