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11테러로 세계무역센터 빌딩이 무너져 내린 현장을 ‘그라운드 제로(Ground Zero)’라고 부른다.
이 말은 제2차 세계대전 말기 일본에 떨어진 원자탄의 피폭지점을 지칭하는 것으로 1946년 7월 뉴욕타임스에서 사용된 이후 핵폭탄이나 지진과 같은 ‘대재앙의 현장’을 가리키는 데 쓰인다고 한다.
이 말의 사전적인 의미는 ‘급격한 변화의 중심’ 또는 ‘사물의 가장 근본적인 시작점’을 가리킨다. 종교적 의미로는 성지 예루살렘을, 더 광범위하게는 우주의 시작점을 일컫기도 한다.
지난 월요일로 9·11테러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이 기간에 9·11테러는 미국 주식시장과 미국 경제의 침체와 회복을 가늠하는 기준이 되어왔다. ‘9·11테러 이전 수준과의 비교’는 알기 쉽고, 그렇기 때문에 가장 자주 사용되는 비교의 척도가 되었다.
미국의 주요 주가지수가 테러 이전 수준을 회복한 것은 불과 약 2개월이 지나서였고 현재는 다우지수와 나스닥지수 모두 테러 이전보다 약 10% 높아졌다. 그러나 업종별로는 차이를 보이고 있다. 그 동안 테러 이전 수준을 크게 회복하지 못했던 자동차업종과 금융업종의 주가는 최근 상승세를 타고 있다. 반면 지난해 이미 테러 이전 주가 수준을 20% 이상 넘어섰던 소매업종은 최근에는 그 상승폭이 둔화되고 있다.
경제지표들을 보면 주간 신규실업수당 청구건수는 올 들어서는 테러 이전 수준 이하를 계속 유지하고 있어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또한 민간부문의 소득과 소비는 이미 테러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반면 산업생산과 공장가동률은 아직 테러 이전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와 같이 9·11테러가 주식시장과 경제 전반에 던진 충격은 많은 부분이 이미 회복되었거나 회복 중이지만 일부 부문에서는 상대적으로 회복이 늦어지고 있다.
그렇지만 전반적으로 보면 테러의 충격이 상당부분 치유되면서 미국 경제와 주식시장은 이제 새로운 시작점, ‘그라운드 제로’에 서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추가적인 주가상승을 위해 이제 남은 문제는 기업들의 투자와 수익이 언제, 또 얼마나 빨리 회복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김남태 삼성증권 뉴욕법인 과장 knt@samsu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