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새벽(한국시간) 튀니스 엘 멘자 스타디움. 튀니지와의 경기를 마친 거스 히딩크 한국축구대표팀 감독은 “경기 내용에 만족한다”며 기자회견의 말문을 열었다. 히딩크 감독은 “어웨이 경기인데도 주도권을 잡았고 수비진도 상대에게 위협적인 기회를 주지 않은 것에 대해 만족한다”는 자평했다.
그러나 대한축구협회 이용수 기술위원장은 경기가 끝난 뒤 “그런 경기는 이겼어야 하는데…”라며 흥분한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평소의 차분한 이미지와는 다른 모습. “할 말이 없다”면서도 선수들의 잘못된 플레이를 하나 둘 짚어가기도 했다.
히딩크 감독과 이용수 위원장은 한국 축구 대표팀을 이끄는 ‘양 축’. 하지만 평가전을 마친 이들의 태도에는 차이가 있었다.
아무래도 이 위원장은 직접 선수들을 지도하는 히딩크 감독보다는 한 발짝 떨어져 경기를 보게 마련. 그런 이 위원장이 초조한 심정일 때, 대표팀 수장인 히딩크 감독은 정말 느긋하게 경기를 바라볼 수 있었을까.
속내는 누구도 알 수 없는 것. 하지만 적어도 히딩크 감독에게서는 노련한 지도자의 냄새가 난다.
감독을 전투를 앞둔 장수에 비교한다면, 그를 따르는 병사들을 위해 어떤 경우라도 여유를 보여야 하는 지도 모른다.
튀니스(튀니지)〓주성원기자 swon@donga.com